[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연아와 함께 은반을 누비고 올림픽 메달까지 땄다가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데니스 텐.
그의 추모대회에 가장 대표적인 ‘연아 키즈’가 출전해 쇼트프로그램 3위를 차지했다.
최다빈(22)은 27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챌린저 대회 ‘데니스텐 메모리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23.88점 예술점수(PCS) 25.88점을 합친 49.76점을 받았다.
최다빈은 54.16점으로 1위를 차지한 안나 레브코베츠(카자흐스탄), 50.11점으로 2위에 오른 알렉산드라 페이긴(불가리아)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데니스텐 메모리얼’ 대회는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딴 카자흐스탄의 영웅 데니스 텐을 기리기 위해 2019년부터 생긴 대회다.
텐은 2013년 런던 피겨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2015년 상하이 피겨 세계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하뉴 유즈루의 뒤를 바짝 쫓는 선수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텐은 2018년 7월1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는 범인 두 명과 난투극을 벌이다가 흉기에 찔렸고 이후 응급실에 실려갔으나 끝내 별세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카자흐스탄은 물론 전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텐은 구한말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이기도 해 한국에도 팬이 제법 있었다.
동메달을 딴 소치 올림픽 직후엔 국내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 김연아와 함께 아이스쇼에 올라 시선을 끌었다.
그런 인연 때문에 김연아 역시 텐의 사망 직후 "그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라고 슬퍼했다.
이후 카자흐스탄 빙상계는 그를 기리기 위해 추모대회를 만들었고 ISU도 챌린저대회로 승인했다.
올해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를 기록한 최다빈은 김연아의 뒤를 가장 확실히 이은 스케이터로 꼽힌다.
2016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싱글에서 우승, 한국 피겨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된 최다빈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당시 김연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인 7위를 차지했다.
이후 은퇴를 고려했으나 마음을 다시 잡아 스케이터로 계속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 인연이 깊은 데니스텐의 추모 대회에 나섰다. 최다빈 역시 텐이 사망했을 때 "믿을 수 없다"며 "카자흐스탄에서 날 챙겨주고 힘이 돼 줬던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사진=김연아 SNS, 엑스포츠뉴스DB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