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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비교, 이젠 괜찮아요" 나승현 스카우트의 행복한 야구인생 2막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09.26 10:30 / 기사수정 2022.09.26 13:55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지난 15일 열린 '2023 KBO 신인드래프트' TV 중계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 때마다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롯데 투수로 뛰었던 나승현이 '스카우트'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승현은 2015 시즌을 끝으로 28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이듬해부터 롯데 프런트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 스카우트로서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8월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 현장에서 만난 나승현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야구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스카우트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이제는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보는 게 어색하지 않다. 선수 때만큼은 아니지만 즐겁게 야구장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 프로 첫 등판보다 떨렸던 첫 드래프트, 좋은 선수 찾아 전국 일주

스카우트로 첫 발을 내디뎠던 2017년은 1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선수 때보다 몸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고된 업무와 외로움과 씨름해야 했다.

주요 대회 기간에는 짧으면 일주일, 길면 열흘 동안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에 3~4경기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 선수별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고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겼다. 

선수의 기량을 판단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실전에서의 모습뿐 아니라 훈련 태도, 동료들과의 관계 등도 중요 체크 포인트였다. 공식 경기가 없는 날에도 고교, 대학 훈련장을 찾아 조금씩 선수를 보는 노하우를 키워갔다.

나승현은 "처음 드래프트 현장에 갔을 때는 프로 데뷔 첫 등판 때보다 더 떨렸다"며 "마운드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 속에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행사가 끝난 뒤 정신적으로 피로가 한꺼번에 확 몰려오는데 아직도 그날이 생생히 떠오른다"고 웃었다.

스카우트 6년차를 맞은 올해는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이 친구는 프로에 와서 곧바로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더 성장할 여지가 있는 선수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내가 투수 출신이니까 아무래도 투수들을 디테일하게 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 달갑지 않았던 류현진과의 비교, 이제는 웃어넘기는 추억

19살의 나승현은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주목하는 초고교급 투수였다. 광주제일고 3학년 시절 성적은 18경기 98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0.83 98탈삼진으로 말 그대로 고교야구를 평정했다.

당시 신인 1차지명에서 고향팀 KIA가 또 다른 초고교급 투수 한기주를 선택하면서 나승현은 2차지명 최대어로 꼽혔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는 나승현을 선택했고 나승현의 프로 커리어는 부산에서 시작됐다.

입단 첫해였던 2006 시즌 51경기 54⅓이닝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의 준수한 성적을 찍었지만 나승현은 칭찬보다 다른 선수와 끊임없이 비교되며 마음고생을 했다.

2차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된 류현진이 데뷔 시즌 신인왕, MVP를 차지하는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치고 국가대표 에이스가 되면서 나승현의 이름 옆에는 늘 류현진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녔다. 해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롯데가 류현진이 아닌 나승현을 지명했던 부분이 한 번씩 기사로 회자됐다.

나승현은 "왜 이 선수를 안 뽑고 저 선수를 뽑았냐는 말을 스카우트들이 자주 듣는데 그때마다 내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온다"며 "스카우트로 일하기 시작한 다음에도 드래프트 전에는 류현진과 내 이름이 들어간 기사가 작년까지 나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컸지만 이제는 괜찮다. 대신 스카우트로서 기량이 비슷해 보이는 선수를 지명할 때 힘들다는 걸 매번 느낀다"며 "이럴 때는 스카우트 개인마다 선호하는 선수의 유형, 플레이 스타일 등에 따라서 어렵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 프로 꿈꾸는 선수들이 주는 에너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으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엄청난 에너지가 전해지는 걸 느낀다. 프로야구처럼 최신식 구장도 아니고 만원관중도 없지만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승현은 "고교야구 현장을 계속 다니다 보면 선수들의 강한 에너지, 기운이 느껴진다"며 "얼마나 간절하게 뛰는지 다 보이기 때문에 나도 가끔은 순수하게 다시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최근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고 기량 역시 과거와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승현은 100% 동의하지 않는다. 외려 체격 조건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짧은 기간 급성장하는 선수들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습권 보장이 강화되면서 고교 선수들의 훈련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2000년대 선수들보다 부족할 수는 있지만 운동 능력, 야구에 대한 이해도는 요즘 선수들이 더 나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나승현은 "언론에서는 선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어린 친구들은 하루, 일주일, 한달 사이에 몰라보게 실력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며 "해마다 비슷한 것 같다. 연초에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선수가 여름에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기도 한다. 아마추어 자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잘 찾아보면 분명 좋은 잠재력을 지닌 친구들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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