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의 8월 슬럼프가 심상치 않다. 특유의 날카로운 타구가 거의 보이지 않고 찬스 때마다 병살타로 고개를 숙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두산은 23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후반기 잔여 3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5위 KIA 타이거즈와의 격차가 6.5경기까지 벌어지면서 5강 다툼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산은 이날 2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의 솔로 홈런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kt 마운드에 막혀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고 득점권 기회에서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한 페르난데스도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1루에서는 병살타를 쳤고 11회말 마지막 타석도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올 시즌 이미 28개의 병살타를 쳐 KBO 역대 단일시즌 최다 병살타를 넘어서는 불명예를 쓴 가운데 타격감이 점점 더 떨어지는 모양새다.
페르난데스는 24일 현재 타율 0.306 127안타 6홈런 64타점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을 기록 중이고 안타, 타점도 가장 많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고정 지명타자지만 OPS는 0.753에 불과하다. 장타율(0.398)도 4할 밑으로 떨어져 영양가 있는 타격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41타수 7안타 타율 0.171로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2019 시즌 처음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후 지난해까지 타선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빼어난 선구안과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사는 물론 찬스를 중심 타선에 이어주는 역할까지 해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발이 느려 2루에 있더라도 홈까지 들어오기가 쉽지 않고 간혹 나가는 1루 수비 역사 1인분을 해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페르난데스가 4년 연속 두산과 동행할 수 있었던 건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격 능력이 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 때문에 올 시즌 초반 "페르난데스는 수비, 주루가 되지 않기 때문에 3할이 아닌 3할3푼 이상은 쳐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바람과는 다르게 페르난데스의 방망이는 점점 더 날카로움이 떨어지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잦아진 페르난데스의 병살타에 "잘 맞았는데 야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들이 꽤 많았다"고 감싸고는 있지만 속이 편할 리가 없다.
두산이 시즌 끝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페르난데스가 살아나야 한다. 4번타자 김재환이 무릎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하기는 했지만 페르난데스의 반등 없이는 두산의 가을야구 도전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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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