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야구를 하다 보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경기였다. 빨리 잊는 게 중요하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에게 지난 5일 잠실 키움전은 악몽이었다. 3이닝 8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7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연속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기록도 75경기에서 멈춰 섰다.
심기일전하면서 반등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하늘이 켈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로테이션이 돌아올 때마다 우천취소로 실전 등판이 미뤄졌고 투구 감각 유지에도 애를 먹었다.
하지만 켈리는 베테랑이었고 에이스였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루틴에 변화를 줬다. 지난 16일 불펜 피칭에서 평소보다 많은 50~60개의 공을 던지면서 구위를 가다듬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이 때문에 20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켈리가 불펜피칭 때 보통 30구 정도를 던지는데 지난 16일에는 두 배 많은 공을 뿌렸다고 보고 받았다"며 "스스로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잘했을 거라고 본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켈리는 류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이날 두산을 6이닝 무실점으로 봉쇄하고 시즌 13승을 따냈다. 올해 두산에게만 4승을 수확하면서 '곰 킬러'로 떠오른 것은 물론 LG가 8년 만에 두산전 상대 전적 우세를 확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키움전 부진의 아쉬움도 깨끗하게 씻어냈다.
켈리는 경기 후 "일단 마운드에서 다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던 부분에서 만족스럽다. 키움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떨쳐내는데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오늘도 초반에 제구가 잘되지 않았는데 포수 유강남이 진정시켜 주고 공격적인 투구를 유도해 줘서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키움전이 끝나고 나서 안 좋은 감정들을 오래 담아두고 싶지 않았다. 운동에 더 집중하고 다음 선발등판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런 부분들을 잘 지켰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키움전은 분명 아픈 기억이지만 켈리는 야구선수로서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어떤 부분이 좋지 않았는지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기억에서는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켈리는 "키움전은 야구를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경기 중 하나였다. 그때는 사실 2아웃 이후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는 게 어려웠다"며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잊어버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두산전 상대 전적 우위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LG가 정규시즌 전적에서 두산에 앞선 건 2014년 8승 7패 1무 이후 8년 만이다.
켈리는 "매 경기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을 던지고 팀 승리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두산은 같은 잠실야구장을 사용하고 라이벌이기 때문에 두산을 상대로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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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