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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완 그리고 최동수… SK가 강한 이유

기사입력 2011.04.14 09:49 / 기사수정 2011.04.14 11:02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박경완과 최동수, 몸과 마음으로 SK의 강력함을 증명했다.

SK는 시범경기부터 '포수 비상 체제'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박경완의 재활이 길어진데다 이재원이 군입대했다. 18년차 베테랑 최동수가 LG 초년병 시절 일찌감치 벗어 던진 포수 마스크를 다시 낄 정도로 포수진이 비상이었다. 정규 시즌 초반 성치 않은 몸으로 출장을 강행했던 정상호조차 13일 문학 한화전서 허리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결국 김 감독은 박경완을 1군에 호출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약 5개월만의 실전 무대. 떨릴 법했다. 그런데 이날 선발 투수 게리 글로버의 투구 컨디션마저 썩 좋지 않았다. 박경완에게 여러모로 힘겨운 상황이 전개됐다. 결과적으로 글로버는 3⅔이닝 4실점으로 물러났고, 박경완도 4회말 대타 최동수와 교체되고 말았다. 포수 마스크마저 넘겼다.

투수 리드에서는 '역시 박경완'이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경기 초반 직구를 승부구로 던진 것이 한화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자 3회부터는 변화구의 비율을 높였다. 그러나 다소 둔한 풋워크가 TV 중계 화면에 잡힐 정도였다. 글로버는 1회와 4회 두 차례나 폭투를 범했다. 박경완의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모두 포구했을 투구. 특히 4회 폭투는 1사 3루의 위기로 연결, 결국 글로버의 강판으로 이어졌다.

재활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지만 5개월만의 공식 무대에서 4이닝을 소화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러나 박경완은 김 감독의 호출에 군말 없이 따랐다. 사령탑의 승리 의지에 몸이 아닌 마음으로 보답한 것. 뒤이어 마스크를 쓴 최동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일 문학 삼성전서 5회 ‘포수 공식 복귀전’을 가졌으나 당시 스코어가 0-9로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최동수는 2-4로 뒤진 4회말 박경완의 대타로 들어섰고, 안승민에게 행운의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 스스로 경기를 접전 상황으로 몰고 갔다. 7회말에는 몸에 맞는 볼로 6-6이 되는 동점 타점을 만들어냈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접전. 김 감독은 정상호를 투입할 법했지만, 끝까지 최동수에게 안방을 맡겼다.

최동수는 씩씩하게 투수 리드를 했다. 5회 오랜만에 투입된 정우람의 경기 감각을 살려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우람의 주무기인 낮은 직구를 꾸준히 주문했다. 비록 이양기에게 적시타를 맞았으나 6회와 7회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했다. 9회 이승호의 제구 난조로 9-6에서 9-8로 쫓겼을 때는 적절하게 투구 간격을 조절하도록 배려했다. 결국 이승호는 팀 승리를 지켜냈다. 최동수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투수들을 묵묵히 독려했다.

15년 넘게 포수 마스크를 끼지 않았던 최동수는 어쩌면 타 구단 주전 포수들만큼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박경완도 100%가 아닌 몸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러나 두 고참은 접전 속에서 묵묵히 SK의 안방을 지켜냈다. 동료 타자들도 두 고참의 노익장에 화력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9-8 역전승. SK는 이날 그들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증명했다. 어려운 상황 속 박경완과 최동수의 솔선수범이 그 시발점이었다.   

[사진=박경완, 최동수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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