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야심 차게 영입했던 파이어 볼러 글렌 스파크맨이 결국 팀에 상처만 가득 남긴 채 짐을 쌌다. 기대에 못 미쳤던 성적은 물론 각종 불명예 기록에 이름을 올리면서 오랫동안 실패 케이스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31일 스파크맨을 웨이버 공시하고 이른 시일 내 대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파크맨의 올 시즌 성적 19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5.31만 놓고 본다면 퇴출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롯데는 후반기 1승 1무 7패 부진 여파 속에 7위로 추락했다. 전반기를 4연승으로 마감했던 상승세는 온데간데없고 5위 KIA와의 격차도 7.5경기로 벌어졌다.
롯데의 후반기 부진에는 투타 엇박자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스파크맨의 지분이 적지 않았다. 스파크맨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어도 스파크맨이 제 몫을 해줬다면 현재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스파크맨은 먼저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24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3이닝 9피안타 1볼넷 5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롯데는 이날 0-23으로 무릎을 꿇으며 KBO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차 패배의 불명예 역사를 썼다. 스파크맨이 초반부터 무너지면서 경기 흐름은 KIA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고 롯데는 후반기 첫 3연전 스윕패를 떠안았다.
스파크맨은 한국을 떠나게 됐지만 '0-23 참사'는 당분간, 아니 어쩌면 수십 년 동안 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기 선발투수였던 스파크맨의 이름을 야구팬들이 긴 시간 동안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고 떠났다.
어린이날 '제로퀵' 역시 화제였다. 스파크맨은 지난 5월 5일 수원 kt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단 한 개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1사구 6실점이라는 믿기 힘든 투구 기록을 남겼다.
스파크맨 '제로퀵' 여파로 일찌감치 기운 승부를 되돌릴 수 없었다. 롯데는 결국 어린이날 시리즈 위닝 시리즈를 허무하게 kt에 헌납했다. 공교롭게도 곧바로 이어진 삼성과의 사직 주말 3연전까지 스윕으로 무너지면서 4연패에 빠졌다. 스파크맨의 부진이 팀 전체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지만 롯데는 스파크맨에게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했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전력 보강이나 대체 외국인 투수 영입 결단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새 외국인 투수가 후반기 남은 기간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5강 다툼이 쉽지 않다.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정규시즌 잔여 50경기에서 최소 37승 이상을 거둬야만 자력으로 5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올해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롯데가 스파크맨을 두고 부렸던 여유 혹은 고집은 말 그대로 '기적'에 기대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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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