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아파서 힘 빼고 치니까 더 잘 맞았나 봐요."
한화 이글스 캡틴 하주석은 30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1 대승을 이끌었다.
첫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팀이 1-1로 동점을 만든 4회초 2사 1·2루에서는 깨끗한 좌전 안타로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스코어를 2-1로 만들었다.
한화가 7-1로 앞선 4회말 1사 2·3루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6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 하나를 더 추가했다. 지난 26일 포항 삼성전에 이후 4경기 만에 또 한 번 3안타 경기를 기록하며 최근 좋은 타격감을 그대로 이어갔다.
하주석은 이날 오른손 검지에 붕대를 잔뜩 감고 경기에 나섰다. 전날 8회초 수비 도중 안권수의 내야 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을 다쳤고 적지 않은 출혈까지 있었다.
하주석은 이 때문에 29일 경기 9회초 수비에서는 본래 포지션이 아닌 유격수가 아닌 1루수로 이동했다. 1루수로 선발출전했던 김인환이 대주자 노수광으로 교체돼 벤치에 1루 미트를 낄 마땅한 선수가 없었던 데다 오른손 통증으로 송구가 어려웠다.
이튿날에도 손가락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수비가 불가능했고 타격 시에도 적지 않은 통증이 느껴졌지만 하주석은 코칭스태프에 지명타자라도 경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주석은 "방망이를 칠 때 통증이 있어 오늘은 오른손 검지를 배트에서 조금 떨어뜨린 상태에서 타격을 했다. 평소보다 힘을 떠 배고 쳐서 그런지 잘 맞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뒤 "사실 내야 수비도 소화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송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타격 훈련 때는 손을 보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명타자로는 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하주석이 투혼을 불사른 이유는 최근 팀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한화는 주중 포항 원정에서 삼성과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3연전 첫날 4-2로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지만 이튿날 자신의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10-11로 역전패를 당했다.
27일 경기에서는 3-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2회 혈투 끝에 3-3 무승부로 마치면서 무거운 마음속에 대전으로 돌아왔고 전날은 9회초 마무리 투수 장시환의 블론 세이브로 3-2로 앞서가던 경기를 3-7로 지면서 2연패에 빠졌다. 주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탬이 되고자 더 집중했다.
하주석은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한 점 승부에서 역전을 당하고 동점을 내주면서 너무 아쉬웠다"며 "팬들께 후반기에는 어떻게든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모두가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점수 차가 많이 나더라도 야수, 투수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 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며 "나도 손이 아프기는 했지만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잊고 뛰게 된다. 오늘처럼 이기면 모든 게 다 좋다"고 웃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