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떨리기보다 너무 설레서 타석까지 뛰어가고 싶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송승환은 2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자신의 야구 인생 터닝 포인트를 스스로 만들었다. 프로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결승타와 결승 타점으로 장식하는 기쁨을 맛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9회초 1사 만루의 역전 기회에서 송승환을 대타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48경기 타율 0.361(155타수 56아타) 2홈런 18타점 OPS 0.872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던 송승환의 방망이를 믿었다.
송승환은 타고난 강심장이었다. 1군 경기 출전이 2019년 4월 27일 잠실 롯데전 이후 1189일 만이었던 데다 부담스러운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갔지만 압박보다는 설렘을 느꼈다. 대타 투입을 지시받은 뒤 "타석까지 뛰어가고 싶었다"는 게 송승환의 설명이다.
송승환은 한화 마무리 장시환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스코어를 4-3으로 만들었고 경기 흐름을 두산 쪽으로 완전히 가져다줬다. 게임 종료 후에는 마수걸이 안타 기념구를 손에 쥔 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송승환은 "3년 만에 1군 경기 타석에 들어섰지만 떨리기보다 너무 설레고 좋았다. 더그아웃에서 타석까지 뛰어서 갈 뻔했다"고 농담을 던진 뒤 "안타를 처음 치고 나서는 너무 신나서 자연스럽게 세리머니가 나왔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좋았다"고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송승환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타격에서 좋은 자질을 가졌다고 평가받았고 입단 첫해 1군 2경기 2타석을 소화하는 값진 경험을 쌓기도 했다.
송승환이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건 야구장 밖에서의 시간이다. 2020년 8월 현역으로 입대해 강원도 양구에서 21사단 포병으로 복무하면서 몸과 마음 모두 한층 성숙해졌다.
군복을 입기 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과 시간이 끝난 뒤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야구를 좋아하는 부대원들의 도움 속에 캐치볼, T-배팅까지 소화하면서 최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송승환은 "강원도 양구에서 복무했는데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윙을 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쉰 적이 없었다"며 "부대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열심히 운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정훈 코치님, 박철우 코치님이 지도해 주신 걸 계속 생각하면서 2군에서 준비했는데 나만의 타격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수비는 아직 내 단점이지만 항상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패기 있고 그라운드에서 부딪치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대전,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