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봐라]는 진짜 진짜 꼭 (들어) 봤으면 좋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추천하는 ‘개인의 취향’ 100% 반영 코너입니다. 핫한 가수들의 앨범 혹은 숨겨진 명곡, 추억의 노래부터 국내외 드라마, 예능, 웹 콘텐츠 등 한때 누군가의 마음 한 편을 두드린 선물 같은 콘텐츠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쨍한 빛깔의 기억과 ‘와이 쏘 론리’만 있다면 여름의 어느 구간이든 갈 수 있다. 찬란했던 원더걸스의 마지막 여름이 고스란히 담긴 싱글은 6년 전 발매됐지만, 그보다 오래된 과거의 여름이든 엊그제의 여름이든 기억하고픈 그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2015년, 밴드로 변신을 감행했던 원더걸스는 1년 뒤인 2016년 7월 자작곡으로 채운 싱글 ‘와이 쏘 론리(Why so lonely)’를 발매했다. 당시 이들은 데뷔 10년 차에 처음으로 박진영의 곡이 아닌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며 차트 1위를 차지, 건재함과 함께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증명했다.
‘텔미’를 부르던 시절이 아닌, 성숙한 ‘아티스트’ 원더걸스의 모습을 대중에 각인시킨 이 싱글의 첫 트랙 ‘와이 쏘 론리’는 생소한 레게팝 장르임에도 대중의 귀에 콕 박혔다. 느긋하고 나른한 분위기의 곡에는 예은(현 핫펠트)과 선미, 래퍼 라인인 유빈과 혜림까지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네 멤버의 보컬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레게풍의 여름송이지만 곡에 더해진 가사는 생각보다 매콤해 더욱 흥미롭다. 연인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화자는 “why I'm so lonely”라 토로하며 “내 마음이 언제 널 떠나 버릴지 몰라”라 경고한다. 여기에 “귀찮다는 듯 얼굴을 구겨 / 뭐든 대충대충 / 당연하단 듯 너는 우겨 / 담엔 더 잘해줄게 응?” 등 현실적이고 위트 있는 랩파트도 킬링 포인트다.
2번 트랙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밴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가사에는 사람 사이 관계가 점점 차가워지는 디지털 시대에서 서로를 좀 더 아껴주고 사랑하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 예쁜 마음에 걸맞은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원히 남고 싶어 널 지켜 주고 싶어”, “정말로 우린 커다랗게 사랑하고 있는 거 맞지 그치” 등의 가사는 곡의 분위기를 한층 살린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예은과 선미의 보컬에, 서로 뱉는 랩이 이어지도록 주고받는 유빈과 혜림의 쫄깃한 파트도 인상적이다. 전주부터 밝고 간지럽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지는 곡은 타이틀곡과는 또 다른 여름을 선사한다.
마지막 트랙 ‘스위트 앤 이지(Sweet & Easy)’는 팝 락 장르의 곡으로, 멜로디부터 가사까지 앞선 두 트랙보다는 좀 더 시원한 여름이 담겼다. 리드미컬한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이 곡에는 “뭘 그렇게 조심스러워해 / 자연스런 거잖아 우리 사이에 / 가까워지고 싶은 거야 / 서로 아끼는 마음만큼”이라며 조심스러워하는 상대에게 과감하게 다가가는 내용이 담겼다.
“포도 레몬 사과 딸기 오렌지 맛 flavor / 모두 될 수 있어 / 난 니가 원하는 대로” 등 세상 상큼한 유빈의 랩파트도 신선하다. 중독성 있는 쉬운 멜로디와 달콤한 멤버들의 보컬은 단숨에 귓가를 사로잡는다.
데뷔 10년 차에도 진화를 거듭, 한층 성장한 음악 스펙트럼을 자랑한 원더걸스는 ‘와이 쏘 론리’ 활동을 끝으로 2017년 해체했다. 이들은 밴드 변신 후 단 두 장의 앨범을 선보였지만, 전성기 시절만큼 큰 임팩트를 남기며 자신들만의 색을 각인시켰다. 박수칠 때 떠나버린 원더걸스가 6년 전 선물해준 끝내주는 여름은 앞으로도 매년 우리를 기억 저편 어딘가의 여름으로 보내주지 않을까.
사진=엑스포츠뉴스, JYP엔터테인먼트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