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27 01:33 / 기사수정 2007.10.27 01:3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3:1이라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던 2007' 월드시리즈 1차전. 승패가 양 팀간의 확연한 전력 차이를 나타내며 결정났다. 그에 비해 한국시간으로 26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는 팽팽한 투수전의 양상이 어떻게 승패를 결정짓는가가 나타난 경기로 볼 수 있다.
2차전의 선발로 나선 보스턴의 커트 실링과 콜로라도의 우발도 히메네스 중 먼저 흔들린 투수는 실링이었다. 1회 초, 선두타자인 윌리 타바레스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뒤 맷 할리데이의 안타, 토드 헬튼의 내야땅볼이 이어지며 실링은 로키스에게 선취점을 빼앗겼다.
그러나 마운드에서 다시 자신의 구위를 되찾는 방법을 아는 노련한 실링. 그는 초구를 노리고 적극적으로 나선 로키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아가며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해 범타를 유도해 냈다.
곧 41살이 되는 커트 실링에 비해 이제 23세에 불과한 히메네스는 레드삭스의 강타선들을 상대로 예상치 못한 볼 배급을 보이며 1차전 패전투수인 제프 프란시스와는 전혀 다른 투구를 펼쳤다. 100마일 대에 이르는 강속구가 특기인 그가 오히려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잡아가며 승부구로 빠른볼과 커브를 던졌다.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나타난 히메네스의 변화구 구사율은 평소보다 높았다. 특히, 경기 초반에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은 단연 히메네스가 던진 낙차 큰 커브였다. 절묘하게 떨어지며 스트라이크 존을 관통한 커브는 마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지토가 지닌 ‘폭포수 커브’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히메네스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단조로운 볼의 조합은 기존의 강속구에 커브와 슬라이더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 젊은 투수인 히메네스가 실링에 비해 2% 부족하게 나타났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제구력이 흔들렸던 것.
적절한 볼배합으로 3회까지 좋은 투구를 펼치던 히메네스가 마이크 로웰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린 틈을 보스턴 타선은 놓치지 않았다. 후속타자인 J.D 드류가 안타를 쳐내자 빠른 발을 가진 주자가 아니었던 로웰은 로키스 외야진이 잠시 방심을 튼 사이에 3루까지 가는 인상적인 주루를 펼쳤다. 그리고 제이슨 베리텍의 외야 플라이로 보스턴은 동점을 만들었고 역전의 흐름은 다음회인 5회 말로 이어졌다.
팽팽한 선발투수간의 대결에서 볼넷을 5개 허용한 히메네스. 그가 5회 말 내준 1점은 이 경기의 결승점이 되었다. 데이비드 오티스를 볼넷으로 진루시킨 게 화근이 되었고 이어진 매니 라미레스와 마이크 로웰의 연속안타는 보스턴이 2:1로 앞서나가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무사나 원아웃 시에, 안타보다 볼넷으로 주자를 추가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가 여실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그리고 히메네스와 실링을 받쳐준 양 팀의 불펜진들은 최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부터 '숨겨진 히어로'라 불렸던 보스턴의 좌완 오카지마 히데키는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뽐내며 2.1이닝동안 무실점에 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클리블랜드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에 3승 1패로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던 라파엘 베탄코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계 투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포수 미트가 아닌 3루 방향을 주시하며 날아간 오카지마의 볼은 놀랍게도 컨트롤을 갖추고 있었다. 팽팽한 승부처에서 빛을 발한 직구와 체인지업의 제구력은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무리인 조너선 파펠본에게 다리를 놓아주었다.
보스턴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실링 - 오카지마 - 파펠본이란 정형화된 공식으로 승리를 거뒀다. 반면, 콜로라도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프랑코나 감독과는 대조적으로 한 발 앞서가는 투수교체를 보여줬다. 팀 타선의 침묵으로 빛을 잃었으나 이 작전 또한 나쁘지 않았다.
5회 말이 끝나기 전, 주자가 모여 있는 상황이 이어지자 허들 감독은 과감하게 히메네스를 내리고 왼손타자 원 포인트로 제레미 아펠트를 기용했고 이어서 1차전에서 로키스 투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 맷 허지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뒤를 이은 브라이언 푸엔테스와 마무리 매니 코파스의 투입은 무실점을 보이며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양 팀의 불펜싸움은 무승부. 그러나 이 방패의 치열한 대결은 결국 5회까지의 스코어 2:1을 그대로 이었다. 선발과 불펜의 투수들이 팽팽하게 투수전을 진행하는 동안 선발진에서 미세한 약점을 보였던 콜로라도는 1차전에 이어 또다시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초반 흔들리던 실링에게 추가점을 얻지 못한 로키스 타선에게는 커다란 아쉬움이 느껴진다. 번트와 주루 플레이를 펼치며 1점이라도 짜내려고 하는 스몰볼의 이론은 바로 이러한 투수 전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낱같은 희망이 깃들었던 8회 초, 2차전에서 4타수 4안타를 쳐냈던 맷 할리데이는 보스턴의 수호신 파펠본의 기습적인 견제구에 걸려 아웃당하며 승부의 추를 보스턴 쪽으로 기울여 주었다.
콜로라도가 이길 수 있었던 마지막 희망은 파펠본을 침몰시키는 일이었다. 그러나 파펠본의 구위는 위력적이었고 힘이 넘쳤다. 결국 1~2점을 낼 수 있던 기회를 놓치고만 콜로라도. 안방 쿠어스 필드로 돌아가 연승을 거듭해야 하는 수세에 몰렸다.
월드시리즈 1차전처럼 타선이 봇물처럼 터져 대량의 득점을 낼 때도 있지만 타격 외에 주루와 번트 등을 동원하는 '스몰볼'이 꼭 필요한 이유는 바로 팽팽한 투수 전에서 근소한 스코어로 앞서기 위해서이다. 보스턴은 이 미세한 야구에서도 이길 줄 아는 팀이었다. 패기가 넘치는 콜로라도 또한 근소한 승부를 펼쳤으나 결국 '세기의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콜로라도 불펜진이 1차전에 비해 한층 안정된 모습을 되찾았고 타자들의 타격감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제는 팀 특유의 응집력과 집중력이 배가되어야할 시점이다.
홈에서의 2연승으로 보스턴은 분명히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를 유리한 위치에 서있다. 그러나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콜로라도는 시즌 전 약체로 꼽혔고 포스트시즌 최하위 팀이라고 평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수포로 만든 이들이다. '로키 산맥의 산사나이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투,타에서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보스턴. 이 흐름을 쿠어스 필드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연승 행진을 마치고 '권토중래'에 나선 콜로라도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연승을 이루어낼지 팬들의 눈과 귀가 쿠어스필드로 향하고 있다.
<사진=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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