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은원이 생애 처음으로 밟은 올스타전 무대에서 MVP 트로피를 품에 안고 활짝 웃었다.
정은원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에 나눔올스타 감독 추천 선수로 출전했다. 게임 후반 투입돼 연장 10회초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리고 'Mr.올스타'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경기는 정규이닝에서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 승부치기로 돌입했다. 드림올스타 벤치는 10회초 무사 1·2루에서 투수 대신 포수 김민식을 마운드에 올리는 카드를 꺼냈다. 엔트리에 남아 있는 투수는 있었지만 컨디션을 고려했거나 팬서비스를 생각해 김민식을 선택했다.
김민식은 첫 타자 김혜성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최지훈의 정확한 홈 송구로 2루 주자 최형우를 잡아냈다. 3루 주루코치로 나가 있던 수베로 한화 감독이 자신 있게 팔을 돌렸지만 결과는 아웃이었다. 김민식은 이후 류지혁의 내야 강습 타구를 2루수 황재균이 처리해 줘 아웃 카운트 2개를 순식간에 채웠다.
정은원은 2사 2·3루의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지만 여기서 클러치 본능을 발휘했다. 김민식이 던진 133km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17m의 3점 홈런을 폭발시켜 스코어를 6-3으로 만들었다.
나눔올스타는 정은원의 홈런 한방으로 승리를 챙겼고 정은원은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MVP에 선정됐다. 지난해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첫 2000년대생 황금장갑의 역사를 쓴 데 이어 첫 'Mr.올스타'까지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정은원은 "투수가 김민식 선배였고 2아웃이라 부담스럽긴 했다. 못 치면 독박을 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최대한 힘을 빼고 짧게 하나만 치자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돌아봤다.
또 "감독 추천으로 선발돼서 경기에도 늦게 투입됐고 상을 받을 거란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며 "지금도 조금 얼떨떨하다. 상을 받은 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결과론이지만 선두타자 김혜성의 안타 때 수베로 감독이 2루 주자 최형우의 홈 쇄도를 지시한 부분이 정은원의 MVP 수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은원 역시 벤치에서 수베로 감독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감독님이 왜 팔을 돌리실까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결과가 이러니까 감독님께서 미래를 내다보시고 제자를 띄워주기 위해서 그러신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말해 인터뷰룸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1000만 원의 상금은 후반기 시작에 앞서 동료들에게 시원한 커피를 돌리는 것을 비롯해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MVP에 큰 도움을 준 김민식에게도 작은 보답을 할 뜻도 내비쳤다.
정은원은 "아직 한국시리즈는 못 뛰어봤지만 연장전에서 큰 긴장감을 느꼈는데 비슷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한 뒤 "김민식 선배의 번호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다. 상금을 나누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