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후배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겠다는 말을 번복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방망이는 불혹을 맞이한 올해도 뜨겁다. 6일 현재 타율 0.343(289타수 99안타)로 키움 이정후(타율 0.343 297타수 102안타)와 타격왕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호의 맹활약은 팬심까지 훔쳤다. 온라인 팬투표와 선수단 투표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드림올스타 지명타자 부문에 선정되며 통산 10번째 올스타전 출전이 확정됐다. 2005, 2008년에 이어 개인 세 번째 'Mr.올스타'를 겨냥한다.
이대호는 5일 인천 SSG전에 앞서 "마지막까지 이렇게 많이 뽑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선수로 올스타전에 나가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인데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잘 하겠다"며 "젊고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솔직히 (올스타전 출전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제가 은퇴하는 걸 또 많이 알아주시고 뽑아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대호는 2020 시즌 종료 후 롯데와 2년 총액 2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은퇴를 예고했다. 녹슬지 않은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해 충분히 더 긴 시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이대호의 결심은 확고했다.
올해 리그 최다 안타 3위 및 팀 내 1위, 팀 내 타점 2위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면서 은퇴를 번복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정든 유니폼을 벗겠다는 이대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 3일 LG 레전드 박용택의 은퇴식을 눈 앞에서 지켜보며 뭉클해지기도 했지만 은퇴 번복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호는 "은퇴까지 시간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계속 이렇게 한 게임 한 게임 하다 보면 남은 경기 수가 보이고 이제 그만둬야 된다 생각하니까 솔직히 마음이 좀 그렇다"며 "한 직장에서 20년 일하다가 나가게 되면 공허함 같은 게 있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다만 "올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말씀드렸지만 은퇴하고 후배들을 위해서 기회를 주겠다고 했는데 잘한다고 다시 없던 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부상 없이 더 잘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마지막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대호는 이와 함께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오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부터 2017년 이승엽에 이은 KBO 역대 두 번째 은퇴 투어가 시작되는 가운데 여러 가지 팬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이대호는 "은퇴 투어는 내가 준비를 하는 게 아니지만 축제인 만큼 열심히 이벤트에 참여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내가 소심해서 특별한 퍼포먼스나 세리머니를 잘 못하는데 생각은 하고 있다. 지금 이야기를 해드릴 수가 없지만 은퇴 투어가 시작되면 차차 알게 되실 것"이라고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