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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야구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덴버

기사입력 2007.10.19 22:48 / 기사수정 2007.10.19 22:48

조영준 기자


(사진 -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후, 열광하는 로키스 팬들.)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포스트시즌에서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팀들이 승승장구하면 여러모로 흥행에서 재미를 볼 수 있다. 특히 2007 디비전시리즈에는 미국전역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팀들이 대거 진출했지만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전국구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 한 팀에 불과했다.

콜로라도 주를 제외한 곳에서는 유명세를 얻지 못한 팀인 로키스가 진출한 것은 흥행의 수익을 노린 방송사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겐 실망스런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팀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야구의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잘못된 견해이다.

전통적으로 야구팬들이 가장 많은 대도시인 뉴욕과 시카고, LA등지는 연고지 팀들의 성적엔 관계없이 항상 관중동원과 수입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얻는다.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야구팬들의 열기가 떨어지는 지역도 있지만 그곳에 둥지를 튼 연고지 팀들이 선전함에 따라 새로운 야구의 도시로 떠오르는 경우도 존재한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93년에 창단할 때부터 홈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관심을 받았었다. 최근 매년 뉴욕 양키스가 400만 이상의 홈 관중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93년도에 로키스가 세운 448만 명의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14년 후인 2007년에는 가을의 전설이 콜로라도의 높은 산 도시인 덴버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 덴버시의 야구 열기는 창단 원년 이후로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이며, 벌써부터 월드시리즈 티켓의 가격은 10배에 가까이 치솟고 있다.

덴버는 원래부터 야구보단 풋볼의 열기로 뜨거운 도시였다. 이제 전설의 쿼터백으로 이름을 남긴 존 얼웨이가 활약한 덴버 브롱코스는 98년과 99년 시즌에 연속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농구 스타인 앨런 아이버슨과 카밀로 앤서니는 바로 덴버를 연고지로 둔 NBA 팀인 너기츠에서 뛰고 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야구팀인 로키스는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 95년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로 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하위권을 맴돌며 뚜렷한 개성을 지니지 못했던 팀의 컬러는 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창단 첫해에 기록한 열광적인 야구 열기는 더 이상 덴버에서는 재생되지 못할 추억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그러나 풋볼과 농구의 도시였던 덴버가 지금은 야구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현재 덴버에서는 아이버슨과 앤서니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던 팬들 만큼이나 맷 할리데이와 토드 헬튼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 연고지 팬들로부터 그리 관심을 이끌지 못하다가 월드시리즈 진출도 야구도시로 급부상한 팀들은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구단이 바로 LA 에인절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이다. 

에인절스는 2002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전에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적은 관중을 동원하던 팀들 중 한 팀이었다. 당시 연고지였던 애너하임이 주변 샌프란시스코나 LA와 비교할 때 소도시라는 특징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치명적이었던 것은 부진한 팀 성적과 밋밋한 팀 컬러가 비인기 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엔젤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2002년, 홈구장인 에인절스타디움(당시의 명칭은 에디슨 필드)의 좌석을 모두 붉은 색으로 교체하고 팀의 유니폼과 모든 이니셜을 붉은 색 개통으로 통일한 뒤, 그 색의 농도가 주는 강렬함만큼이나 정열적인 팀으로 변신한 에인절스는 그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또한, 최초의 히스패닉 출신 구단주인 아르테 모레노가 부임하면서 거물급 선수들의 영입과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은 에인절스는 같은 연고지 팀인 LA 다저스 못지않은 인기 팀으로 급부상하였다. 2002시즌 우승과 그 이후에도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 된 에인절스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많은 가장 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또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만년 최하위 구단이었으며 MLB 팀들 중 대표적인 조롱거리의 대상이었다. 상대적으로 NBA 최고 인기팀 중 하나인 '배드 보이스' 피스톤스가 유명한 디트로이트에서 타이거스의 존재감은 미비했었다. 

그러나 작년 2006 시즌에 들어서면서 플로리다 말린스를 9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끈 명장 짐 릴랜드가 사령탑의 자리에 앉자, 타이거스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하였다.

이반 로드리게스를 필두로 한 노장들과 팜업이 키워낸 신인들의 조화에 힘입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거침없는 행진을 거듭하며 월드시리즈에 안착하였다. 그 여파가 지나간 2007시즌에서는 타이거스 팀 역사상 최고 관중동원 기록을 경신한다.

이렇게 야구에 관심이 적었던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팀들의 선전으로 인해 관중이 몰려들며 새로운 야구의 흥행지로 자리 잡은 것은 메이저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청신호로 작용하였다. 디트로이트 외에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밀워키도 많은 팬들을 홈구장으로 불러들였고, 그 기세는 이제 콜로라도로 이어지고 있다.

반드시 콜로라도나 클리블랜드와 같은 중소지역의 팀들이 선전한다고 해서 메이저리그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광고스폰서로 거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시청률에 있어선 불리한 면이 많겠지만 야구에 관심을 일으키는 도시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월드시리즈의 승패와 관계없이 콜로라도가 내년시즌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선전해 준다면 덴버는 또 하나의 야구도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덴버는 쌀쌀한 고산지대의 찬바람마저 무색해할 뜨거운 야구열기에 달아오르고 있다. 현장판매가 혼란을 줄 우려가 있어서 온라인 판매를 실시했지만 서버의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으며 3,4,5차전이 벌어질 월드시리즈 티켓의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월드시리즈의 최종 승자가 되건 아니건 간에 덴버가 새로운 야구의 메카로 정착할지의 여부도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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