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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월드시리즈의 흥행성과 게임성의 관계

기사입력 2007.10.18 12:45 / 기사수정 2007.10.18 12:45

조영준 기자

                


(사진 -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가장 많은 성원을 보낸 시카고 컵스의 팬들.)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경기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그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역전극이 벌어지며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뉴욕 메츠가 떨어지고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또한 시즌 후반부에 돌입하면서 거침없는 연승행진을 펼친 콜로라도 로키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치룬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리그 최고의 투수인 제이크 피비와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는 트래버 호프만을 침몰시키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콜로라도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리그 후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으며 이러한 열기가 고스란히 이어진 디비전시리즈의 시청률은 작년에 비해 월등한 수치를 기록하며 수직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디비전시리즈를 독점 중계한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 TBS는 즐거운 비명을 외쳤으며 챔피언십 시리즈와는 별도로 이미 승리를 거두었다고 표명했다.

  2007 디비전시리즈가 전국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전역에서 많은 팬들을 거느린 전국구 팀들이 대거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아메리칸 리그를 살펴보면 미국의 야구팬들 중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팀 자체가 경제효과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인정받는 뉴욕 양키스부터, 매사추세츠 지역은 물론 양키스의 라이벌로서 많은 골수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그리고 전통의 지역 라이벌인 LA 다저스의 명성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기존의 애너하임을 넘어서 LA란 대도시를 연고지로 확장한 엔젤스 등은 관중동원력도 상위권을 차지한 팀들이었다. 또한 내셔널리그는 MLB의 모든 팀들 중 가장 우승에 목말라하고 있는 시카고 컵스가 양키스와 더불어 가장 극성맞다고 평가받는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였다. 또한 뉴욕 메츠를 시즌 막판에 극적으로 제치고 동부지구 1위에 오른 필라델피아 필리스 역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혈 팬들이 많이 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팀들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디비전시리즈를 초과하는 시청률도 가능했을 것이고 2000년대에 벌어진 월드시리즈 중, 명승부를 펼친 2001년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대전과 보스턴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우승한 2004년 월드시리즈 이상의 관심사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내심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방송사인 FOX와 TBS 등은 MLB 최고의 흥행보증 수표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과 시카고 컵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매치업이 벌어졌다.

 


  (사진 -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의 양키스 팬들.)

  최고의 흥행구단인 양키스가 떨어진 것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나마 보스턴이 올라온 것으로 위안을 삼은 아메리칸리그와는 달리 내셔널리그는 최악의 대결구도가 이루어졌다. 90년대에 창단한 콜로라도와 애리조나는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팀들이 아니다. 게다가 2001년 애리조나가 짧은 역사에 비해 그나마 관심을 이끌었던 것은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란 역대 최고의 원투 펀치 에이스가 있었기에 팀의 인지도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애리조나에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는 에이스인 브랜던 웹밖에 없다. 그리고 시카고 컵스와 치룬 디비전 시리즈 1, 2차전은 홈인 애리조나에서 벌어진 경기에도 불구하고 시카고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원정 온 컵스의 팬들이 절반 가까이 관중석을 차지했다.

  또한 콜로라도와 클리블랜드는 본거지에서는 어느 팀도 부러워마지 않을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홈을 벗어나면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팬들은 많지 않다. 바로 전국적인 인기 팀과 홈에서만 인기 있는 팀의 차이.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그로인한 수익의 창출을 근본적인 이유로 생각한다. MLB는 2000년대에 들어서서 해마다 늘어나는 관중 증가의 효과로 수익의 창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조차 흥행의 속도가 불이 붙어서 최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로 여겨지는 포스트시즌에서는 광고수입으로 인한 TV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진다. 특히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월드시리즈를 독점 중계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국 FOX로선 시청률에 더더욱 연연할 수밖에 없다.

  현재 월드시리즈의 시청률은 평균 10~15%정도 나오는데 슈퍼볼과 같은 단판 승부가 아닌 7전 4선승으로 치러지는 시리즈로서는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가장 최근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는 2001년 뉴욕 양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지막 7차전과 2004년에 있었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챔피언십시리즈 마지막 7차전 경기가 17~19%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 스포츠 최대의 이벤트로 평가받는 슈퍼볼은 단판 승부로 끝나는 경기에다가 쇼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한 하프타임 효과 덕으로 올라오는 팀에 상관없이 매년 30%가 치솟는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리고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90년대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NBA 파이널은 최근에 들어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5~8%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 미국언론에서는 로키스의 승리보다 양키스의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래너의 은퇴를 더 비중있게 보도하였다.)

  그런데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FOX 방송국은 역대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했던 광고수익을 올리지 못할 거라는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죽의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이미 월드시리즈에 안착한 내셔널리그 챔피언 팀은 기대했던 시카고 컵스가 아니라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또한 유일한 희망이었던 보스턴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져 있다.

  흥행을 위해선 결코 바라지 않았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매치업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매번 예상되었던 인기 구단들만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그것보다 재미없는 경우도 드물다. 바로 야구의 경기적인 측면에서 놓고 본다면.

  야구를 즐기는 팬과 전문가의 입장으로선 이번 포스트시즌은 분명히 흥미 있는 레이스였다.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콜로라도의 산사나이들은 놀라운 연타능력을 적시에 보여주며 월드시리즈에 안착하였다. 또한 그 연승 중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경기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클리블랜드도 상당히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팀이다. 팀의 지명도로 본다면 인디언스는 양키스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지만 경기 스타일은 인디언스의 야구가 훨씬 짜임새 있고 체계적이다. 적어도 이번 시즌에서 나타난 클리블랜드의 야구는 참으로 다이나믹하다는 느낌까지 심어준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대결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만약 두 팀의 대결이 이루어지면 모처럼 한국야구가 시청률 순위리스트에 오르는 결과도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나 월드시리즈가 부르는 팀은 결코 많은 팬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팀들이 아니다. 다이나믹하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추구하는 끈끈한 조직력의 팀들이 월드시리즈의 단골손님으로 초대받는다. 프로세계에서 흥행성은 분명 중요하지만 야구의 경기력이 주는 재미로 월드시리즈를 느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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