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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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투 노멀' 양희준 "오늘은 어떤 새 감정 생길까 기대돼요”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2.06.17 11:18 / 기사수정 2022.06.17 11:2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한 고통을 억지로 없애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인정하고 보듬을 때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고 비로소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다.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이를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조울증 엄마가 있는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신파가 아닌 록 음악으로 세련되게 풀었다.

배우 양희준은 다이애나의 아들 게이브 역할에 깊이 있게 몰입하고 있다. “연습 때는 느끼지 못한 것들을 조금씩 더 느끼게 된다. 매회 긴장도 되면서 오늘은 어떤 새로운 감정이 생길까 기대된다”며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밝혔다.

“최근에 제가 계산하지 못한, 생각하지 못한 감정이 나와서 재밌어요. 엄마를 2층에서 바라보는 장면이었는데 엄마가 상처를 너무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항상 꽉 붙잡고 있던 손이 한 번쯤은 풀어진 느낌이었어요.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엄마가 의사 선생님에게 ‘다친(박살난) 곳이 뇌 속이 아니라 내 영혼이면 어쩔래’라고 할 때 저 역시 격해진 감정이었는데 엄마가 밑에서 아파하는걸 보니 내가 마냥 엄마를 잡는 게 엄마에게 너무 상처를 주는 듯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엄마의 의지를 방해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많았는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엄마를 바라보니 그런 감정이 생긴 것 같아요.” 

겉은 평온한 가정이지만 알고 보면 굿맨 가족에는 게이브란 존재가 그늘처럼 드리워있다. 20대 중반에 아무런 준비 없이 임신과 결혼, 출산과 죽음을 맞닥뜨린 다이애나는 여전히 아들이 존재하는 환상 속에 산다. 게이브는 그런 엄마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원래는 집착이 더 컸죠. 엄마에게 잊히지 않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엄마를 붙잡고 유혹했어요. 그런데 최근 공연에서는 어쩌면 게이브가 엄마를 더 붙잡지 못해 엄마를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연습 때는 집착 혹은 엄마에게 붙고 싶은 욕망의 감정이 더 컸는데 지금은 너무 슬프더라고요. 2층에서 엄마가 정말 고통스러워하면서 의사에게 상담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등장인물들의 갖가지 심리는 록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담았다. ‘그저 또 다른 날’, ‘난 산이 그리워’, ‘넌 몰라/ 바로 나’, ‘난 살아있어’, ‘완벽한 짝’, ‘어둠속의 빛’, ‘그날을 어찌 잊어?’ 등 각자의 위치에서 감정을 내비치는 인물의 감정을 잘 담아낸다. 

양희준은 풍부한 성량과 정확한 딕션으로 게이브의 넘버를 소화한다. 정작 그는 “단연 어렵다. 극강의 난이도”라고 이야기했다.

“넘버들이 너무 좋아 끌렸어요. 보라색의 느낌과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요. 무거우면서도 무겁지 않고 슬픈 장면인데 음악이 신나고요. 표현 방식이 기존의 작품과 차별화한 것 같았어요.”

”(이)석준이와 우스갯소리를 한 게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넘버에서 ‘24601’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음이 엄청 높은데 ‘넥스트 투 노멀‘은 다 그 음 이상이에요 게이브는 한음, 반음 높아요. ’난 살아있어‘는 다행히 그런 지점은 없는데 한 키 낮은 곳에서 계속 있기 때문에 제일 어렵고요. 층을 왔다 갔다 하면서 봉을 타고 부르기도 해 어려워요. 제가 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조상님이 도와주시는 거라고 말할 정도에요.”(웃음)

가볍게 생각하고 관람하면 예상과 달리 현실적이고 무거운 극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쿨하고 솔직하다. 한 번 보면 빠져드는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저는 충분히 와닿았어요. 이 작품은 색깔도 진하고 독특해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하긴 했는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찾아지는 퍼즐들이 많이 생겨 더 재밌는 거 같아요. 관객이 ’넥스트 투 노멀‘을 좋아하고 계속 보고 찾는 이유가 퍼즐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뜻과 의미를 찾고 감동을 받아서라고 생각해요.

상황에 따라 작년에 볼 때와 올해 볼 때 다른 작품이 있잖아요. ’어린왕자‘를 초등학교 때 보면 되게 재미없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읽을 때 뭔가 다르게 와닿더라고요. 이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볼 때마다 달라져요. 배우로서 계속 공부하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헤쳐 나가는 작업을 해왔고 지금도 해오고 있거든요.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을 찾을 때마다 가슴이 울려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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