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구원왕의 타자 복귀라는 말은 단 한 명, SSG 랜더스 하재훈에게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타자에서 투수로, 투수에서 다시 타자로 변신한 하재훈이 사령탑의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본연의 모습을 찾고 있다.
'타자' 하재훈은 지난달 19일 시즌 첫 1군 등록, 7일 경기 전까지 12경기에 나서 7안타(2홈런) 4타점 2득점 1도루 타율 0.269를 기록 중이다. 콜업과 동시에 좌익수 및 7번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자신의 두 번째 KBO 데뷔전을 치렀고, 이날 첫 타석부터 두산 선발 최승용을 상대로 데뷔 첫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5월 24일 롯데전에서 첫 홈런을, 지난 4일 LG전에서 첫 도루를 기록했다.
외야수로 시카고 컵스,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등을 거친 하재훈은 2019 신인 지명에서 전체 16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이름이 불렸다. 팀의 판단은 타자가 아닌 투수였다. 그리고 2019년 투수로 KBO 무대를 밟은 하재훈은 61경기 59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1.98, 5승 3홀드 36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다. 하지만 어깨 부상 탓에 재활에 매진하다 결국 타자 복귀를 택했다.
몇 년의 공백, 원래 타자였다고 해도 하재훈의 타자 전향 결과를 쉽사리 가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18경기에서 15안타 4홈런 16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자' 하재훈의 존재감이 꿈틀거렸고, 1군에서도 공수주에서 빠르게 연착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를 더 치른 후의 모습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재훈의 1군 콜업에 신중했던 김원형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내비친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이다. 사실 올렸을 때는 적응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이 되지 않았나 한다. 수비에서도 정말 열심히 뛰어다닌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하고 있다. 타고난 힘에 운동을 하면서 기른 힘까지, 가지고 있는 게 분명히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하재훈의 퍼포먼스에 호평을 내린 김원형 감독은 '웃픈'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SSG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서 투수를 아끼기 위해 야수 김강민이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는데, 김 감독은 "재훈이에게 '나중에 그런 상황이 오면 강민이 형처럼 네가 나가야 한다'고 하니까 올라가서 던지면 아플 것 같다고 한 발을 빼더라"고 웃었다.
야수와 투수는 어깨를 쓰는 부분이 다르다. 야수 등판이 필요할 경우 SSG에서는 1순위로 투수 출신인 하재훈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벤치에서는 고민이 필요할 전망이다. 물론 웬만하면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일은 없는 게 좋다.
사진=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