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한유철 인턴기자) 맨체스터 시티 구단 명성에 먹칠을 한 사건이었다. 이에 서포터들은 공식적인 행동 변화를 요구했다.
맨시티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2021/22시즌 FA컵 4강 경기를 치렀다. 카일 워커, 케빈 데 브라이너, 후벵 디아스 등 핵심 선수들이 빠진 맨시티는 전반에만 3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후반전 2골을 추격하긴 했지만 3점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맨시티는 2-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무기력한 패배는 맨시티 서포터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지만, 맨시티 서포터들은 결과보다 다른 이유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날 경기에선 힐스버러 참사를 기리기 위한 추모 행사가 진행됐고, 경기 도중 1분동안 침묵의 시간이 진행됐다.
힐스버러 참사는 지난 1989년 4월 영국 셰필드에 있는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 간의 경기 중 구조물 붕괴 사고로 97명의 리버풀 팬들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2016년 법원 판결에 의해 해당 사건이 리버풀 서포터들의 잘못이 아닌 경찰의 과실임이 드러났고, 희생자들은 무고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픈 기억인 만큼 구단은 이 참사를 잊지 않고 매년 이를 기리는 행사를 진행한다. 해당 경기에서도 이를 기리기 위한 시간이 진행됐는데, 일부 맨시티 원정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추모 행사를 방해했다.
이는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됐고, 이후 맨시티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구단은 침묵의 시간을 깨트린 일부 서포터들의 행동에 극도로 실망했다. 구단은 리버풀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과르디올라는 경기 후 "그들은 맨시티가 아니다. 우리는 리버풀의 비극과 함께 한다. 일부 노래를 부른 사람들은 맨시티 서포터라고 할 수 없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구단과 감독의 공개적인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맨시티 서포터 단체인 푸드뱅크 서포터 그룹은 단순히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행동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편지를 페란 소리아노 맨시티 회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몰상식한 일부 맨시티 서포터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서두를 시작한 서포터 그룹은 두 가지의 프로젝트를 요구했다.
첫 번째는 'Real Truth Legacy Project'이다. 이는 힐스버러 참사에 대한 교육을 국가 커리큘럼에 추가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자는 프로젝트이다. 서포터 그룹은 힐스버러 참사에 대한 교육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육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프로젝트 진행을 요구했다.
두 번째는 '힐스버러 법'이다. 서포터 그룹은 "모든 형태의 공개 조사와 범죄 수사에서 공무원들의 정직에 대한 법적 의무를 도입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힐스버러 참사 피해자들이 오랜 세월동안 무고한 비판을 받은 만큼, 더 이상 억울한 누명을 쓰는 피해자가 있어선 안된다는 취지에 요구한 것이다.
서포터 그룹이 요구한 내용은 구단 차원에서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스케일이 크다. 그러나 이들은 구단이 공식적인 도움을 제공한다면, 충분히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EP/연합뉴스
한유철 기자 iyulje9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