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한유철 인턴기자) 헤라르드 피케가 선수가 아닌 회사 대표의 신분으로 대회에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이득도 취했다.
스페인 슈퍼컵은 프리메라리가 1,2위 팀과 코파 델 레이 결승 진출팀이 맞붙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말 그대로 스페인 클럽이 참가하는 대회이다. 대상이 스페인 클럽인 만큼 스페인에서 대회가 치러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스페인 슈퍼컵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펼쳐진다. 협회가 공식적으로 체결한 계약이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사우디아라비아와 2020년부터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슈퍼컵을 개최하는 조건으로 연간 4,000만 유로(약 532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 1월에 펼쳐진 2021 스페인 슈퍼컵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펼쳐졌다.
비판도 있었다. 일각에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데 굳이 해외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 슈퍼컵에 참가한 빌바오의 스트라이커 라울 가르시아 또한 "이해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협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은 스페인 축구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대회 방식을 개편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인 취지는 좋다. 그러나 스페인 자국 팬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이 계약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주인공은 피케. 스페인 언론 풋볼 에스파냐에 따르면, 해커 집단에 의해 스페인 축구협회의 음성 녹음 파일이 탈취됐고, 녹음 파일 속에는 피케와 스페인 축구협회의 협상 내용이 담겨져 있음이 밝혀졌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피케는 스페인 슈퍼컵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데 도움을 줬다. 또, 이에 대한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축구&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코스모스에 6년 간 연 400만 유로(약 53억 2,160만 원)씩 지급한다는 계약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협상 내 피케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한 회사의 설립자이긴 하지만, 엄연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역할이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피케의 행동이 불법적인가에 대한 질문이 피케에게 쏟아졌다.
피케는 곧바로 이에 답했다. 피케는 19일(한국시간) 카디스와의 경기 이후 개인 방송을 통해 해명의 시간을 가졌다. 피케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불법적인 게 단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사적인 녹음 파일을 언론에 퍼뜨린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과 협회장의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계약 내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피케는 과거 대화 내용이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케는 "이 내용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2019년에 나눈 대화이다. 그 당시 아카이브를 찾아봐라. 뉴스거리도 되지 않았다. 3년이 지난 현재, 그들은 녹음 파일을 유출했다. 그것이 뉴스거리이다"라고 말했다.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다. 피케는 자신이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스페인 축구협회가 큰 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피케는 "나는 협회에 기회를 제공했다. 형식이 바뀌기 전에, 스페인 슈퍼컵은 12만 유로(약 1억 5,956만 원)의 수익만을 벌었다. 그러나 형식이 바뀐 이후 수익은 4,000만 유로로 급등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의혹도 있었다. 피케가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바르셀로나가 대회에 이점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 피케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이에 반박했다. 피케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다. 상업적인 계약 체결로 인해 대회 자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3년 동안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하는 동안 우리가 어떤 이점을 받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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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철 기자 iyulje9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