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09 22:11 / 기사수정 2007.09.09 22:11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UFC7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휴스턴 알렉산더의 화끈한 KO씬도 있었고 맷 해밀의 가공할 스탠딩 러시, 퀸튼 잭슨과 댄 핸더슨의 치열한 포지션 싸움에 이은 펀치 맞대결 등 유독 볼거리가 많았고 화끈한 대회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달리 미적지근한 공방과 이렇다할 정타 없이 끝난 경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대회 전까지만 해도 가장 화끈한 승부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타격가 vs 타격가'구도의 시합, '미르코 크로캅 대 칙 콩고'였다.
특히 이번 크로캅 경기는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유의 '일격필살 하이킥'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린 크로캅이 출전한다는 점과 둘째, 곤자가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첫 복귀전이라는 점 셋째, 상대가 같이 화끈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스트라이커 칙 콩고라는 점 등이다. 때문에 중계방송사조차도 최홍만이 출전하면 으레 그러하듯이, '크로캅 출전'이라는 이미지샷을 대회로고 밑에 붙여넣기도 했다. 이는 필자의 생각을 담자면 적어도 UFC의 외국인 파이터중엔 크로캅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경기의 결과는 세간의 예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보통 우리가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일반화시킬 때는 오차범위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크로캅의 경기는 이런 오차범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빗겨 나간다. 그래플러인 곤자가에게 하이킥 KO패배라는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을 경악하게 했던 이 유명선수는 급기야 UFC에서 그라운드가 취약한 반쪽 파이터 칙 콩고에게 3R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판정패한다.
잠깐, 여기서 '크로캅은 끝났다'라고 말하기 이전에 일단 왜 이런 결과가 생겼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핑계'가 아닌 '진짜 이유'를 말이다.
결론적으로 UFC에서의 크로캅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적어도 곤자가 전과 칙 콩고전의 그는 그랬다. 그는 자신의 스트라이커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전혀 못 보여 주고 있으며 효도르 전과 실바 전에서 재미를 본 왼손 스트레이트는 자동봉쇄된 지 오래다. 곤자가와의 승부에서 그는 견제 차원에서 미들킥을 뻗었다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공격이 되고 말았다. 그 후 그라운드에서 엘보우로 호되게 당했으며 하이킥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그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후 레미 본야스키와 딘 리스터 등 각계의 정상급 인물들을 초빙하여 함께 훈련해 전장에 나온 크로캅은 이번엔 칙 콩고와의 거리싸움에서 완패했다. 아웃 파이팅을 구사하는 크로캅은 인파이팅 스텝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따라서 넓은 옥타곤에서 도망치듯 뒷걸음질하며 간간이 잽과 미들킥을 꽂아넣는 칙 콩고에게 번번이 공격에 실패했으며 그의 전매특허인 하이킥도 그저 허공을 몇 차례 갈랐을 뿐이다. 또 공격범위 안에 들어왔다 싶은 타이밍에는 어김없이 클린치가 들어왔으며 그라운드로 전환되면 항상 그렇듯,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가 예전에도 "옥타곤은 링과 달리 너무 넓어서, 아웃 파이팅을 구사하는 선수를 상대하기 힘들다"
이렇듯 패배의 원인은 전술적인 실패, 그의 스타일의 한계 등 다양하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을 단 한가지만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자신감 결여'다. 칙 콩고전에서 크로캅의 눈빛은 예의 그 눈빛이 아니었다. 칙 콩고가 수많은 잽과 미들킥을 날릴 때 스트레이트를 날릴 때 카운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의 스트레이트와 하이킥-미들킥 컴비네이션도 마찬가지다. 아마 곤자가 전의 패배와 부상이 그를 더욱 '한 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몰아넣은 듯하다. 그러다 보니 본래 자신의 움직임이 나오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타격을 구사하다 치밀한 전략을 들고 나온 칙 콩고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로캅은 이번에 타격 훈련을 많이 하고 나왔다고 스스로 말했었다. 함께 훈련한 레미 본야스키가 비록 예전 K-1시절보다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의 타격은 훌륭하다고 말한 만큼, 1차 베이스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일례로 크로캅은 자신의 패배 직후, 패배의 많은 원인을 '정신력'에서 찾은 바 있다.
그러나 크로캅이 이번 경기에서 방심했다거나 상대방을 얕잡아보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적어도 그런 '정신력'부분에서 크로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은, 그가 그렇게 유명 코치와 선수들을 초빙하고 함께 훈련했음에도 케이지 안에서의 움직임이 링과는 너무도 다르게 경직돼 있다는 것이고 그만의 자유로운 스타일을 보이지 못하는 그의 자신감에 기인한다.
MMA진출 후 그가 연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랜들맨에게 진 후 알렉산더를 멋지게 KO시켰고 효도르에게 진 후에도 바넷의 압박을 견디며 승리를 거둔 그이지만 이번 연패는 그에겐 너무도 뼈아픈 상처이자 그의 이력에 커다란 흠집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UFC와의 계약경기는 단 3경기. 그에겐 시간이 정말 없다. 3경기 안에 UFC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제는 남은 3경기라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UFC에 남는 수밖에 없다. 남은 3경기도 이런 식으로 패한다면, 아마 그는 어느새 프라이드에서의 켄 샴록같은 이름만 남은 선수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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