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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인물, 구단의 '명성'을 바꿔놓다 [로만의 20년①]

기사입력 2022.03.04 18:00

한유철 기자

(엑스포츠뉴스 한유철 인턴기자)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함께한 20년, 첼시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2000년대 이후 첼시는 세계 축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팀이 됐다. 어쩌면 첼시가 있었기에 현대 축구 시스템이 구축이 될 수 있었다. 그 중심엔 아브라모비치가 있었다. 첼시 구단주가 된 아브라모비치는 '자본'이라는 경쟁력을 중심으로 팀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아브라모비치의 경영 하에 '챔스권'에 위치해있던 첼시는 단숨에 '우승권'으로 올랐다.

시작은 2003년. 러시아 기업가로 엄청난 부를 지닌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구단주 켄 베이츠로부터 첼시를 인수했다. 1980년대 스탬포드 브릿지의 재건축으로 악화된 재정을 간신히 메운 첼시는 2000년대 초, 다시 한 번 부채를 갖게 됐는데, 아브라모비치는 구단주가 되자마자 이를 모두 청산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브라모비치는 첫 해 부터 선수 이적에 약 1억 7,000만 유로(2,270억 원)를 투자하며 선수단 개편에 돌입했다.

후안 베론, 에르난 크레스포, 아드리안 무투, 클라우드 마케렐레 등 '전설'로 불리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첼시는 2002/03시즌 4위에 그쳤던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위. 하지만 첼시로선 만족할 만한 성적.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하고 조세 무리뉴를 선임함과 동시에 2004/05시즌에도 1억 6,550만 유로(약 2,210억 원)를 투자하며 프리미어리그 제패를 노렸다.

아브라모비치의 투자는 곧바로 빛을 발했다.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선 리버풀에 패하며 4강에 그쳤지만, 최다 클린시트(25경기), 최소 실점(15실점), 최다 승리(29승), 최다 승점(95점) 부문을 모두 갈아치우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 중 최다 실점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앞으로도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평가 받는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한 첼시는 멈추지 않고 정상을 향해 도약했다. 2005/06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 2시즌 연속 1부리그 우승을 달성한 첼시는 2006/07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으며 FA컵 우승까지 기록했다.

아브라모비치 이전 중상위권 전력이었던 첼시는 2000년대 들어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첼시 창단 이후 1부리그 성적을 그래프로 확인하면 더욱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 1부리그 우승이 단 1회에 불과했던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인수 이후 지금까지 5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다.

국내 대회로 범위를 확장하면 1905년 창단 이후 2002년 아브라모비치 인수 전까지 약 100년 동안 첼시는 8번의 우승 타이틀을 따냈지만, 아브라모비치 인수 이후 지금까지 약 20년의 기간 동안 15번의 국내 대회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2011/12시즌에는 그토록 염원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따내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팀으로 성장했다. 이 모든 것은 아브라모비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나친 구단 개입으로 인해 감독의 자율적인 권한이 침해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첼시는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감독을 빠르게 경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브라모비치 인수 이후 20년 동안 16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다. 평균적으로 한 감독 당 두 시즌 이상을 있지 못한 것이다.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안토니오 콘테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도 첼시에 오랫동안 몸을 담지 못했다. 첼시의 '푸른 심장' 램파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브라모비치 인수 전 100년 동안 23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아브라모비치 체제에서 얼마나 잦은 감독 교체가 발생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명과 암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던 구단주임은 분명하지만, 구단을 향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높았던 아브라모비치가 지금의 첼시를 구축한 일등공신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위키피디아

한유철 기자 iyulje9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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