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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함께 나눠요] 이혼한 애들 엄마에겐 너무 미안…

기사입력 2011.03.14 00:56 / 기사수정 2011.06.30 01:43

엄진옥 기자

 

[엑스포츠뉴스 라이프 매거진] 아버지의 보호자 역할을 하느라 학교를 자주 결석하는 정우(가명, 14세)를 만났다. 박형수(가명, 41세) 씨가 응급상태로 병원을 찾는 횟수는 1주일에 2~3회. 이때마다 둘째 정우는 119에 응급요청을 하고 도착한 병원에서 의연하게 보호자역할을 한다.

이혼 후, 두 아이 양육

아내와 이혼한 박형수 씨는 7살 진우(가명, 15세)와 6살 정우를 8년동안 혼자 돌보며 생활했다.

"당시엔 아이들에게 좋은 반찬을 만들어줄 만한 솜씨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어요. 하루 세 끼 밥만 챙겼죠. 어쩌다 저녁에 일찍 귀가하는 날은 아이들과 둘러앉아 라면을 끓여 밥통의 묵은 밥을 해결했어요."

간경화 말기 판정, 병원비로 가사 탕진

2007년 박형수 씨는 피를 토하고 병원에 실려 갔다. 병명은 간경화, 장래 아이들을 위해 저축해둔 통장과 전세 계약금까지 병원비로 들어갔지만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말기 판정을 받았다.

투병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년, 의사가 이야기했던 2011년 마지막 해를 맞아 두 아들을 바라보는 박형수 씨의 표정은 착잡하다. 현재 세 가족은 정부보조금에 의지해 7평 지하방에 살고 있다.
 

▲ 어린 나이지만 꼼꼼하게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정우와 그런 아들이 안쓰러운 박형수 씨.

가족 유대감 높아

"아빠가 만들어주던 김치 볶음밥을 이제 형이 만들어줘요."

점심을 어떻게 먹었냐는 질문에 정우가 수줍어하며 입을 열었다. 세 부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구청의 도움으로 매주 3회 가사 도우미가 집으로 와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돕는다.

박형수 씨는 이틀에 한 번 배에 찬 복수를 빼야할 정도 몸의 상태가 좋지 않다. 복수가 차면 호흡에 이상이 오기 때문에 막내 정우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빠 곁을 지킨다.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구급차를 불러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에요. 가스 배출이 제대로 안 돼서 가스가 뇌로 올라갔다는데 저는 아무 기억을 못 해요. 정우가 아니었으면 저는 벌써 죽었을 겁니다. 아들이 저의 말동무고 보호자예요."

가족이 아프면 항상 병원에 동행하고,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아이들의 식사를 꼭 챙겨주려 애쓰는 박형수 씨의 모습에서 깊은 애정을 읽을 수 있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지방에서 투병 중인 두 아이의 어머니 역시, 방학 때마다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부모가 이혼을 했지만 자녀에 대한 애정이 깊다.
 

▲ 장기가 파열되어 수술을 한 박형수 씨. 작은 손이 아빠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아픈 곳을 묻는다.

남을 아이들 따뜻한 환경에서 성장하길

"제가 죽으면, 애들 엄마가 아이들을 맡을 겁니다. 그런데 돈 한 푼 없이 아픈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기려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빚이라도 안 남겨야지 싶은데."

생활하는 지금의 집마저 잦은 병원 출입으로 집세가 22개월 밀린 상황, 최근 장기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만, 밀린 월세와 공과금, 전세금 걱정으로 박형수 씨의 안색은 시커멓다.

부모의 오랜 투병과 불결한 생활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소극적이고 손톱을 물어뜯는 등 불안증세를 보인다. 학업성적의 부진도 자신감 부족의 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지금 생활하는 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월드비전에서는 1월부터 아이들에게 따뜻한 저녁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주거지 마련이 시급하다.

박형수 씨 역시 아이들에게 보금자리가 생겼을 때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죽음 맞을 준비를 할 것이다. 아이들이 험한 세상을 뚫어갈 때 아버지의 빈자리가 힘들지 않게 다독여줄 성숙한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 취재를 마치고 박형수 씨의 안타까운 부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정우 (서울 은평)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엄진옥 기자 umjo200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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