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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디아] 고수 "제 외모를 좋아해주시면 고맙죠"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2.02.13 18:50 / 기사수정 2022.02.13 20:25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외모로 주목받는 것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저는 정말 좋아요. 축복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연기하면서 외모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거든요. 외모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비중을 둬요. 그래도, 제 외모를 좋아해주시면 정말 고맙죠.(웃음)" (2017.04.27. '석조저택 살인사건' 인터뷰 중)

지난 9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반가운 얼굴, 배우 고수가 등장했습니다.

방송 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재능과 노력으로 닿기 어려운 경지에 오른 재야의 고수를 만난다'는 주제로 시작해 재야의 무림 고수, 45년째 설악산을 오르는 마지막 지게꾼 등이 소개됐고 영상 말미에는 '진짜 고수가 나타났다'는 자막과 함께 고수의 얼굴이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며 기대를 모았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얼굴을 볼 수 없는 그이기에 고수의 출연은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MC 유재석은 고수가 특별한 작품 홍보 이슈 없이도 20분 만에 섭외에 응했다고 밝혔고, 고수는 "선택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느낌이 오면 빠르게 결정한다. 작품을 홍보할 때는 아무래도 작품에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어떤 대화가 오갈까 궁금했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죠. 그리고 이날 방송을 통해 그간의 근황과 지금의 고수를 있게 해 준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까지, 솔직한 모습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방송에서도 단연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고수의 '잘 생긴' 외모였습니다.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고수에게 MC 유재석과 조세호는 "정말 조각상 같다"며 "머리카락을 길러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연신 감탄했죠. "거울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고수에게 "'잘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땐 어떠냐"는 물음이 이어졌고, 고수는 "나쁘지 않다. 고맙다"고 답하며 쑥스럽게 웃었습니다.

스물한 살이던 1998년, 가수 포지션의 뮤직비디오 '편지'로 데뷔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선보여 온 작품 활동에 이르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고수의 이야기가 잔잔히 전해졌죠. 어느덧 세 아이를 둔 아빠 고수의 일상까지, 한결 더 여유롭게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5년 전 그가 출연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만났을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2017년 5월 개봉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고수는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 역을 연기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고수는 어수룩해 보이면서, 또 속내를 알아차릴 수 없게 하는 캐릭터 표현을 위해 외모적으로도 변신을 시도했죠. 눈썹을 덧붙이고, 헤어라인을 M자로 미는 등 그에겐 또 다른 도전의 과정이었습니다.

"제게도 어떤 시도 아닌 시도였다"고 도전의 의미를 전한 고수는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줄 지 걱정이라며 고민하는 마음을 살짝 털어놓기도 했죠.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도 그의 외모 이야기는 아무리 빼놓으려고 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외적인 부분에서)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과, 배우로서 새롭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 사이에서 고민되는 지점은 없냐'는 물음에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이내 쑥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진짜 저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정말 좋아요. 축복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조심스레 한 마디를 툭 꺼낸 뒤, 이내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연기하면서 외모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거든요. 물론 외모로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더 노력하고 비중을 둬요. 그래도, 제 외모를 좋아해주시면 정말 고맙죠.(웃음)"


그 해 고수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앞서 개봉한 '루시드 드림', 그 해 촬영에 한창이던 '남한산성'까지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2017년 당시 막 40세가 됐던 고수는 "40대에 걸맞은 배우의 모습을 갖추는 게 큰 목표다"라며 배우로서의 목표를 한 번 더 강조하기도 했죠.

'석조저택 살인사건' 이후에도 영화 '남한산성'(2017), 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2018), '머니게임'(2020), '미씽: 그들이 있었다'(2020)와 최근 공개된 단편 영화 '방관자들'까지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면서, 중간 중간 이어졌던 공백기에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유퀴즈'에서도 이런 고민의 시간들을 솔직히 고백했죠. "20대 때 내 모습이 밝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왜 일을 하고 있으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러다 배우 활동이 뜸해졌을 때, 시청자의 입장이 됐다.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을 보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그렇게 스스로 느끼고 나니 배우 일이 값진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고수는 취재진들과의 인터뷰 당시에도 작품과 연기 이야기를 전하는 데 누구보다 더 조심스러워했고, 질문 하나하나에도 유독 신중을 기해 답해 왔었죠. 두 손을 노트북 키보드 위에 둔 취재진들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앞에 두고 고민고민하며 단어 선택 중인 고수의 모습을 테이블 너머로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살아있는 조각상'이라 불리는 배우가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는 순간을 그야말로 '1열 직관' 중인데, 현실의 직업인으로는 인터뷰의 어쩔 수 없는 여러 상황과 제약 상 한정된 시간에 배우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가야 하기에 흘러가는 1분 1초를 초조해하며 애타는 눈과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기도 했었죠.

그렇게 시간이 한 해 한 해 지났고, 물리적으로 더해지는 나이의 숫자는 비록 늘어났다지만 오랜만에 방송을 통해 전한 근황으로 조금 더 너그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또 그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전하는 고수를 보며 이전보다 더해진 편안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작품으로 자신 안의 다른 모습을 꺼내 보여줄 고수의 새 얼굴, 또 그 이야기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을 기다려봅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고수 인스타그램, 각 영화 스틸컷, tvN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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