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츠기자단=이현종] 로마 제국은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유럽 3대 리그라는 삼분된 빅 리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하는 세리에 A가 독일 분데스리가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요즘 현대 축구 팬들에게는 마라도나와 반 바스텐등의 추억의 이름으로, 또 7공주 시대의 재미있고 치열한 별들의 전쟁으로 더욱더 그 위대하고 또 유구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칼치오 폴리 이래로 세리에 A의 이미지는 상당히 많이 추락했다. 돈 앞에서 스포츠 정신을 잃은 듯 한 모습,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함과 페어 플레이 정신의 결여를 보여준 일례였다. 이 것이 과연 로마 제국과 같이 하루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 이탈리아 축구를 무너뜨린 것일까?
내가 이탈리아 축구에 해박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바로 재정적 문제와 재미적인 문제다.
이미 여러 번 대두된 문제이다. 이탈리아 축구에 이러한 문제가 들어온 것은 방만한 경영의 말로라고도 할 수 있다. 트레블을 달성한 인테르는 2000~2010년 동안 평균적으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이적료로만 지출한 바 있다.
공격적이고 과감하지만 투자에서 그만한 결과를 못봤기 때문에 무분별한 투자에 가까운 행동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행동은 세리에 A의 모든 팀들이 저질러버렸다.
신데렐라처럼 부상했던 라치오가 몰락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다. 라치오에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던 치리오(델몬트의 자회사이기도 하다)가 본사의 부채 탕감을 위해 라치오의 선수들을 대거 방출 한바 있었다.
그로 방출 된 선수들은 네스타, 크레스포, 네드베드, 멘디에타, 스탐, 스탄코비치, 피오레, 미하일로비치까지 엄청난 화려한 스타들이 팀을 떠나게 된다. 99/00 시즌 화려했던 우승을 마지막으로 휘청 거렸다. 재원에 대한 대책이 없이 구단주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가 화근이 되버린 것이다.
▲ 크레스포는 라치오의 재정 악화로 팀을 떠나야만 했다
피오렌티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에릭손, 라니에레, 트라파토니, 만치니등의 한국에서 이름값이 아주높은 이 감독들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피오렌티나를 지휘한 바 있다. 바티골로 유명한 바티스투타도 이 곳에서 재적한 바 있다.
피오렌티나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저력있고 강한 팀이었다. 그렇지만 재정 악화로 인해 강등을 당하였다가 그나마 최근 프란델리 체제에서 옛 명성을 되찾아올만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아직 예전과 같은 깊은 맛이 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돈이 없는 구단은 재미있는 축구는 고사하고 팀의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탈리아만이 이러한 문제를 가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유럽을 호령했던 스페인의 데포르티보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팀 성적이 추락을 하였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도 실질적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많이 겪어왔던 바가 있다.
그에 반해 잉글랜드와 독일 구단들은 대다수가 상당히 건전한 편이고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의 재정 건전성은 여러번 언론 노출이 된 바가 있다.
분데스리가 같은 경우 건전한 재정은 고평가를 받았지만 기존 독일 축구 스타일이 시대에 뒤쳐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Non-EU 용병 제한이 없는 남미 출신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여 기존의 자신들의 축구 스타일 개조에 들어간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다.
▲ 차범근부터 구자철까지 많은 한국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의 땅을 밟았다
이탈리아 축구 구단의 주 수입원은 바로 TV 중계권료이다. 이 것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문제가 되어왔는데 문제는 세리에 A 구단들의 TV 중계권료 의존도가 60% 정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축구를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칼치오폴리 이전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하던 유벤투스의 홈 구장인 델레알피가 가득찬 모습을 본적이 없을 것이다. 사실 델레알피같은 경우는 접근성에서 떨어졌다는 이유에서 관중이 잘 차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많은 세리에 A 구장들이 상당히 노후화되었으며 관중동원력에서도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것은 크고 사람없는 식당보다 작고 사람 많은 집이 더 장사에 유리하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2010년 여름 시즌권이 이전 시즌에 비해 20%정도 감소했으며 유니폼 광고액이 5800만 유로로 지난 시즌에 비해 1700만 유로가 감소하였다고 말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TV 중계권료는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TV 중계권료 이외의 이러한 수입원도 등한시 하는 것이 아니라 극대화 시킬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 탑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는 1억 유로, 밀란은 약 3억 유로, 인테르는 약 4억 유로 정도의 빚 더미 위에 올라있고 이 빚을 현재 제대로 납부하고 있지 못하며 현재 이적자금으로 들어가는 돈은 그저 베를루스코니와 모라티의 엄청난 재력에서 억지로 나오는 돈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것은 순간적으로 좋을지 몰라도 팀의 재정안정화에는 도움이 안된다. 결국 빚을 내서 또다른 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늦었지만 나름 세리에 A는 다시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 문제가 되었던 중계권료가 바로 이탈리아에서는 '메란리드'법으로 제정됐다.
이 법은 중계권을 기존과 다르게 리그 자체에서 일괄 계약 후 인기, 성적 순으로 그 것을 분배하는 형태로 가면서 재정 안정화에 한몫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기본적으로 경기장을 찾지 않고 있는 관중들의 동원 문제이다.
관중들에게 좀 더 매력적인 축구를 선사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축구의 기본적인 이미지는 수비적이고 거친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몇안되는 판타지스타들인데 지금처럼 판타지스타들이 없는 이탈리아는 오랜만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해결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너무 늦어 만성화 된 재정악화와 그로 인한 관중 동원 감소가 어느정도 해결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이탈리아를 잃는다는 것은 유럽 축구의 또다른 매력을 잃는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로마 제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았지만 하루아침에 망하지도 않았다. 만성적인 문제들이 그들을 멸망시킨 것이다. 이런 만성적 문제들을 세리에 A 구단들이 어떻게 해쳐나갈지에 모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크레스포, 구자철 ⓒ 인터밀란, 볼프스부르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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