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가루 막심’ 이장우가 뮤지컬 ‘레베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열연하고 있다.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 ‘레베카’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모티브로 탄생한 작품이다. 아내 레베카의 의문의 사고사 후 그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나,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2013년에 한국 초연을 올린 뒤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잡았다. 현재 충무아트센터에서 육연 중이다.
이장우는 막심 드 윈터 역을 맡았다. 맨덜리 저택의 소유주로 영국 최상류층 신사다. 이히와 재혼하며 새 출발 하지만 죽어서도 자신을 놔주지 않고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레베카 탓에 괴로워한다. 재혼한 아내 이히(나)에게는 그녀에 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
막심 드 윈터는 남자 주인공이다. 극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타이틀롤다운 존재감을 내뿜는 레베카나 화자 역할을 하는 이히,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댄버스 부인과 함께 극의 주축 노릇을 하며 무게를 더한다.
감정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다. 막심은 겉보기에는 젠틀함, 외모, 재력을 갖춘 남자이지만 레베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히를 사랑하지만 이후 레베카의 존재가 상기되자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게 반응하며 초반과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이장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질 당시 우려가 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기우였다.
이장우는 막심이 안은 괴로움을 무리 없이 표현해낸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와 곱상한 외모로 다른 막심들(민영기, 김준현, 에녹)보다 연하남 이미지를 풍긴다. 레베카에게 속절없이 배신당한 느낌을 줘 동정이 가게 하는 막심을 그렸다.
가창력도 기대 이상이다. 막심의 대표 넘버 '신이여'와 '칼날 같은 그 미소‘에서 처절하게 감정을 분출한다. 딕션, 발성이 돋보인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회차가 늘수록 관객의 호평도 늘고 있다.
사실 그는 ’기대 이상‘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고 한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의 말을 듣는다기보다는 스스로가 만족해야 하지 않나. 지금은 만족이 안 된 상태다. 관객이 기대를 아예 안 하고 온 거니까. ‘레베카’라는 대단한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그런 식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장우에게 이번 작품은 도전이었을 터다. 2019년 ‘영웅본색’으로 뮤지컬에 발을 들였지만 코로나19로 조기 종연해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 두 번째 작품인 ‘레베카’에서 에너지를 쏟고 있다. 배우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준 작품으로 필모그래피에 남을 듯하다.
이장우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20대 초반에 처음 매체 연기를 할 때 물론 고민이 있었지만 방법이 쉽게 터득되더라. ‘아 이런 게 먹히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어느 순간 일처럼 하고 해이해졌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먹히고 안일하게 살아왔는데 ‘레베카’를 하면서는 그런 방법이 전혀 안 먹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면 큰코다치겠더라”라고 털어놓았다.
“너무 잘하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라는 이장우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작품에 임한다. 그 간절함이 ‘편하게만’ 살아온 그를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까지는 제몫을 해내고 있다. 스트레스는 이제 덜 받고 이장우만의 막심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집중하면 될 것 같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