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윤승재 기자) ‘1승도 좋지만 연패도 좋다. 신나게 해달라.’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의 맞대결이 펼쳐진 1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 이날 3층 코너 좌석에서는 해당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든 페퍼 팬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곧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의 눈에 들어왔고, 경기 후 김 감독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승리의 공을 홈팬들에게 돌렸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IBK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3-0(25-18, 25-22, 25-21)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길고 길었던 17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아울러 페퍼저축은행은 24경기, 홈 12경기 만에 감격의 홈 첫 승을 거두며 ‘창단 첫 홈경기 승리’라는 기쁨도 함께 맛봤다.
감격의 홈 첫 승. 승리가 확정되자 페퍼스타디움은 팬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선수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코트 위로 달려 나갔고, 이후엔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창단 첫 홈 경기 승리를 만끽했다. 그리고 첫 홈 경기 승리를 함께 지켜봐주고 축하해준 홈팬들을 향해 오랫동안 인사를 건네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경기 후 만난 김형실 감독은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선수들도 힘내서 승리할 수 있었다”라며 팬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20패를 하는 동안 팬분들이 관대하게 기다려주셨다. 오늘도 ‘신나게만 해달라’는 내용의 응원 현수막을 봤는데 정말 감사하다. 선수들도 팬들의 응원대로 편하게 해서 승리한 것 같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선수들도 힘이 났던 건 마찬가지. 주장 이한비는 “팬들이 연패를 해도 괜찮으니 열심히만 해달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오늘 홈에서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라고 이야기했고,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역시 “팬들에게 정말 고맙다. 연패로 마음이 힘들었을 때 팬들의 응원 메시지에 위안을 많이 받았다. 항상 힘이 돼주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페퍼 팬의 애정 공세는 이날뿐만이 아니다. 사실 대전까지 수도권에만 5개의 팀이 몰려있는 여자배구에서 광주가 연고지인 페퍼 팬들이 원정 응원을 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꽤 많은 페퍼 팬들이 원정 응원석에서 빨간색 클래퍼를 흔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한비 역시 “광주뿐만 아니라 멀리서 와주시는 팬들이 많아 항상 감사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형실 감독도 얼마 전 ‘승패를 떠나 열심히 하는 자세와 감독님이 선수들을 잘 다독이는 것을 보고 페퍼의 팬이 됐다’는 팬레터를 받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며 선수들과 취재진에 자랑하기도 했다. 그만큼 페퍼 팬들의 애정은 상당하고 열정적이었다.
이런 팬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페퍼 선수단은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페퍼 선수단은 24경기 만에 홈 팬들 앞에서 값진 승리를 따내며 성원에 보답했다. 김형실 감독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좀 더 매진하고 연마해서 목표한 5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팬들에 감사 인사를 재차 전했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