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배우 황정민이 고전극으로 돌아온 이유를 밝혔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연극 '리차드 3세'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서재형 연출, 황정민, 장영남, 윤서현, 정은혜가 참석했다.
'리차드 3세'는 영국 장미전쟁시대의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초기 희곡이자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인이다. 이 인물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리차드 3세'는 이안 맥컬린, 베네딕트 컴버배치, 케빈 스페이시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출연했던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재형 연출은 "생각할 것이 없다. 노력한 만큼 합리적인 결과를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극을 움직이는 시작 동기로 쓰고 있다. 리차드 3세의 악함을 칭찬하거나 찬양하지는 않지만 리차드 3세의 합리성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작품에 대해 말했다.
서재형은 요즘 연극에 셰익스피어 작품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전통이지 않을까. 어려울 때일수록 셰익스피어가 생각나는 것 같다. 전통이나 기본 때문에 택한 건 아니고 도전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34편의 작품 중에서 이렇게 정리가 안 된 작품이 없는 것 같았다. 좋은 작품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진행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요크가와 리차드 3세에 의해 미치광이로 전락한 마가렛 왕비를 연기한 정은혜는 "별다르게 준비한 것은 없다. 2018년도도 그렇고 전심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황정민이라는 대배우와 함께 에너지를 잘 화합해서 보여드리고자 애를 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소외적이고 외로운 캐릭터지만 끊임없이 이야기릃 하기 떄문에 전달을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더욱 한이 서려진 목소리에 대해서는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영남은 리차드 3세의 형수이자 피로 얼룩진 권력 쟁탈전에서 리차드 3세와 경쟁구도를 이루는 엘리자베스 왕비 역으로 출연한다. 장영남은 "첫날 공연 때 무척 떨렸다. 모든 배우들이 '진짜로 그렇게 떨리세요?' 할 정도로 떨렸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거 모르겠고 대사 실수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자다가도 새벽에 벌떡 벌떡 일어났다. 실수 없이 잘 끝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라 열심히 달려야 할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지난 2018년, 10년 만의 무대 복귀작으로 '리차드 3세'를 선택, 98%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에게 악인의 매력은 묻자 "저는 악인의 대한 매력은 딱히 없다. '리차드 3세'라는 작품에 대한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악인이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주는 매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하고 계속해서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황정민은 방대한 대사량에 대해 "대본이 있고 연출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연출님이 아주 정확한 (디렉션을) 주시고 죽이 잘 맞는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사량은 당연히 배우니까 해야 되는 거다. 연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정민은 '리차드 3세'를 관객이 어떻게 바라봐주길 바라냐는 물음에 "4년 전에 고전극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어렸을 때 연극학도일 때, 선배님들이 많은 고전작품들을 올리셨다. 그걸 보고 자라면서 동경을 해왔다. 그만큼 고전극이라는 힘이 있다고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힘이 사라졌고 클래식함의 위대함이 없어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가 연극을 좋아하는 집단이니 고전극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면서 했던 게 '로미오와 줄리엣'이었고 그 다음이 '리차드 3세'였다"고 덧붙였다.
또 황정민은 "관객분들한테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학생들, 친구들에게도 선배들이 이렇게 고전극을 잘하고 있으니 당신들도 연극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차드 3세'는 오는 2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박지영 기자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