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고요의 바다' 정우성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제작자로서의 고충에 대해 언급했다.
4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감독 최항용) 정우성 제작자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날 정우성은 작품의 제작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단편을 처음 봤을 때 인류가 물을 찾아서 달에 간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면서 "우주복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의 스릴을 구현할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한국적인 SF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자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해 "두 번째로 제작해봤는데 역시 어렵다. '나를 잊지 말아요' 때는 워낙 인간 관계 안에서의 이야기를 하는 거라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연도 함께 했기 때문에 제 3자인 제작자로서의 시점을 놓친 기억이 있다"며 "'고요의 바다'는 완벽하게 제작자로서의 참여였기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는 순발력이 많았다. 하지만 제작은 역시 어렵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24일 공개 후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24일부터 25일까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냈던 거 같다. (웃음) 배우로서 작품에 출연했을 때는 캐릭터를 얼마나 구현해냈느냐에 대한 고민만 있으면 됐는데, 이번엔 제작자로 나섰다보니 전체적인 완성도나 반응에 대해 봐야하지 않느냐"며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크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혹평에 대해서 냉정하게 들어보려고 하고, 스스로가 반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예상했던 문제점들이 돌출되니까 ‘이건 당연한 반응이야’라고 받아들이면서도 안 좋게 본 사람들에 대한 전달력에 대해서 스스로 새겨보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재미있게 봤다는 말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면서 "재미있게 봤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추상적이다. 그렇지만 '뭘 재미있게 봤다는 거지?' 라고 묻고 싶지는 않더라. 어떤 한 사람의 상상력 안에서 제시된 스토리와 화면이 있는데, 그것을 보고 각자가 새롭게 매칭하면서 재미를 추구해나가는 거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뭐가 재미있어? 어떻게 재미있게 봤어?' 라고 쉽게 물을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좋은 것은 '도전을 응원한다'는 말이었다. 이건 사실 작품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제가 부각해서 '이 의미를 알아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 작품을 바라보시는 시청자나 팬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강요할 수도 없는 요소를 이렇게 이야기해주실 때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흥행 이후로 성공 기준이 '오징어 게임'에 맞춰진 것에 대해 정우성은 "가혹하다. 그 기준을 빨리 깨야한다. '오징어 게임' 같은 전 세계적인 돌풍 현상,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내는 작품이 할리우드나 전 세계적으로 몇 작품이나 되겠나. 그건 함부로 가질 수 없는 아주 우연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건 제작자나 배우가 의도해서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기준으로 모든 작품을 보신다면, 오히려 작품 고유의 재미나 작품의 메시지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우성은 '고요의 바다'에서는 오로지 제작에만 참여하고 일절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단편에서 장편으로 하는 작업을 할 때 제가 출연하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시리즈로 정리가 되면서 일단 저는 빠지겠다고 했다. 그래서 한윤재 대장이 누가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공유라는 배우가 흔쾌히 이 작품에 대한 참여 의지를 보여줬고, 현장에서 얼마나 한대장스럽게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지 지켜봤기에 제가 배역을 탐내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작품의 주역으로 활약한 배두나와 공유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두나 씨는 송지안이라는 한 사람의 감정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가족에 대한 연민과 아픔, 그리움을 현장에서 계속 보여줬다. 그런 감정을 요구하는 촬영을 하면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그 표정으로 퇴근할 때까지 있더라"며 "그 감정을 계속해서 유지하기에는 감정적인 무게와 스트레스가 많을텐데 어떻게 유지하지 싶었다. 그런데 감정의 무게를 약간 더는 신이 있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게를 덜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한다. 현장에서 놀고 그런 모습을 볼 때 자기의 무게추를 잘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공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송지안보다 한윤재라는 캐릭터를 돋보이려는 욕구를 할 수 있을텐데 그런 게 전혀 없더라. 늘 지안의 반발짝 뒤에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현장에서 계속 있었다"며 "한대장으로서 팀원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서 현장에서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서 현장을 감싸는 온도나 온기를 늘 조절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두 사람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고, 두 사람을 알게 돼서 작품 외적인 큰 소득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청담 부부'로 불리며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이정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우성은 "의사 결정에 있어서는 이야기를 한다. 각자의 활동 영역이 있지 않나. '고요의 바다' 같은 경우는 전적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해준다. 저 역시도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데, 이게 존중인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그 표현이 완성은 없지만, 잘 전달되도록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둘은 각자의 성향에 있어서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늘 옆에서 별 얘기 안해도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은 굳이 어떤 현장에 무엇을 선물하거나 하는 걸 넘어서는 고마움이 있다. 그렇기에 정재 씨는 첫 번째로 올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며 '고요의 바다' 크레딧의 '스페셜 땡스 투' 첫 번째에 이정재의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