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이진 기자) 전 프로골퍼 박세리가 과거 슬럼프 경험을 털어놨다.
21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박세리가 게스트로 출연한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박세리는 슬럼프에 대해 "(선수 시절) 7년 동안 꾸준히 했다. 1년에 4~5승을 계속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박세리는 "하필 소렌스탐 선수의 전성기였다. 저하고 소렌스탐 선수, 캐리 웹 선수까지 셋이 경쟁하는 구도 자체가 서로 성장시켰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그때는 엄청 좋았다"라며 회상했다.
박세리는 "우승을 하고 나서 한국 대회에 나갔는데 4~5일 있다가 다시 미국에 와서 대회를 하는데 그때는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갈 때마다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거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다. 부정만 하는 거다"라며 설명했다.
김용만은 "입스가 온다고 한다"라며 거들었고, 박세리는 "그 자리에 서는 순간부터 대충 쳐도 되던 게 안 된다. 내가 생각하고 하는 건 똑같은데 스윙을 하는데 내가 지금 무슨 스윙을 하는지 모르겠더라"라며 덧붙였다.
김숙은 "어떻게 극복하냐"라며 궁금해했고, 박세리는 "방법이 없다. 연습을 해도 되지도 않는다. 못한다. 재기할 수가 없다. (많은 선수들이) 반은 미친 사람처럼 하다가 결국 못해서 끝난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거다"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박세리는 "동생도 보고 있다가 '언니 이러다 죽을 것 같아'라고 하더라. '여행 가자. 쉬어라. 뭐 해라' 그런 소리조차도 너무 힘들었다. 그게 괜찮다고 안 들린다. 나 혼자 있고 싶고 내버려 뒀으면 좋겠고 다 싫었다. 대인기피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고백했다.
박세리는 "항상 주위에 계셨던 분들이 우연치 않게 낚시를 가자고 하더라. 그것도 너무 힘들었다. 너무 싫었는데 낚시를 그냥 갔다. 머리가 되게 복잡했었는데 그 순간에는 내가 아무 생각이 없어지더라"라며 밝혔다.
박세리는 "가만히 멍하게 있는데 잡스러운 생각이 없어지다 보니까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하다가 거기서 많이 달라졌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점점 다르게 보이는 거다.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구나. 그때부터 많이 배우고 달라졌다"라며 전했다.
박세리는 "그게 가장 문제였던 거다. 하면 할수록 욕심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고 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고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내가 나한테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걸 못하고 있었던 거다"라며 강조했다.
박세리는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줬어야 하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번아웃인 거다. 그 시간 덕분에 제가 많이 성숙됐고 지금 하는 것조차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에너지가 커진 게 (슬럼프를 겪으며) 많이 달라져서다"라며 못박았다.
사진 = KBS 방송 화면
이이진 기자 leeeeji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