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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생 최초 GG "뭐가 남았죠? 제가 다 써 내려갈게요"

기사입력 2021.12.11 13:43 / 기사수정 2021.12.11 14:00


(엑스포츠뉴스 삼성동,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정은원이 2021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최하위 한화의 자존심을 세운 골든글러브. 한화에서는 5년 만, 한화 순수 2루수로는 최초, 또 KBO 역사상 2000년대생으로 최초의 골든글러브 기록이다.

정은원은 올 시즌 팀의 1번타자와 주전 2루수로 공수 핵심 역할을 하면서 139경기 140안타 6홈런 39타점 85득점 타율 0.283을 기록했다. 105개의 볼넷을 골라 역대 최연소 100볼넷을 달성했고, 출루율은 0.407로 리그 7위에 자리했다. KBO 기준 WAR 4.53으로 리그 12위, 2루수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1월 17일생으로 2018년 데뷔, 네 시즌 동안 KBO 최초 2000년대생 홈런과 끝내기, 100안타, 100볼넷 기록을 작성한 정은원은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진기록을 또 하나 늘렸다. 그리고 정은원에게는 여전히 리그의 역사와 발걸음을 같이 할 많은 기회와 잠재력이, 또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

-골든글러브를 받은 기분은.
실감이 많이 안 난다. 너무 긴장됐던 것 같다. 발표되기 전에도 긴장을 많이 했고, 올라가서 수상소감 할 때는 신인 시절 홈런 쳤을 때 그런 기분이었다. 조금 얼었다. 말은 잘했나 모르겠다.

-한화에서 오랜만에 나온 골든글러브인데.
올해는 운이 좋게 내가 받게 됐는데, 오늘은 혼자 와서 상을 받았지만 내년, 내후년에는 팀 동료들 다 같이 잘해서 다 같이 받을 수 있으면 더 의미 있고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뛰어난 선수들도 많고, 같이 상 받을 수 있는 그런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같이 시상식에 와서 이 자리에서 같이 상을 받고, 같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또 2000년대생으로 최초 골든글러브다. 2000년대생 기록은 이제 익숙하겠다.
내가 다 써 내려가겠다(웃음). 뭐가 남았나. (정규시즌 MVP, 한국시리즈 MVP 같은.) 내가 한 번 해보겠다.

-긴장해서 못 한 말이 있다면.
내가 수상소감을 뭐라고 했는지가 잘 기억이 안 난다(웃음).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부모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그리고 많은 지도자 분들. 워싱턴 코치님, 김남형 코치님, 조성환 코치님, 수베로 감독님, 한용덕 감독님, 채종국 코치님, 고등학교 때 감독님이셨던 계기범 감독님. 그리고 정재준 코치님이 고등학교 때 코치님이신데, (김)혜성이 형이랑 같이 제자다. 둘 다 골든글러브 탔으면 좋겠다고 말씀 많이 하셨는데, 타게 돼서 코치님이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 많은 지도자분들에게 감사하다.

-눈물은 안 났나.
부모님 얘기하다가 약간 날 뻔했다. 어머니는 안 봐도 뻔하다. 무조건 우셨을 거다.



-올 시즌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없는 거 같고, 그냥 한 시즌 자체가 너무 선명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디테일하게 생각이 잘 난다. 한 순간을 꼽기는 그렇고 올 시즌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었던 한 해인 것 같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감독님, 코치님이 새로 오셔서 타율보다 출루율을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도전이고 새로운 시도였다. 그런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 감독님의 말씀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했고, 그로 인해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는 거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감사하고 생각이 많이 난다.

-올해 영어는 많이 늘었는지.
기본적으로는 할 수 있는 거 같다. 야구적인 부분에서는(웃음).

-워싱턴 코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면.
문자 보내야 한다. 들고 찍은 사진 하나 보내면서 감사하다고 보내려고 한다. 그럴 생각이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도움이 됐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잘해주시고 도움이 된 것도 있는데, 사실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내리막길을 탔다. 분명 그때로 다시 돌아갔을 때 워싱턴 코치님이 없었다면 분명 나는 2019년도와 똑같은 길을 걸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멘탈적인 부분을 잡아주셨고, 의지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로 인해서 다시 시즌을 마무리할 때 좋은 느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떤 말로 멘탈을 잡아줬나.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데, 아빠 같았다. 아, 아빠 같다고 하기엔 너무 장난기가 심했다(웃음). 듬직한 친형 같은 느낌이었다.

-2루수 경쟁이 치열했는데, 어떤 부분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보는지.
나는 사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상복이 별로 없어서 항상 상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야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론이 되고, 기사도 보고 하면서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다' 조금씩 희망과 기대가 생겼는데, 너무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혹시 모르니까 차분하게 지켜보자 생각하고 기다렸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 우세했다는 평가다.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에 운 좋게 시기를 잘 탄 것 같다. 나도 올 시즌 많이 발전했고 또 그런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야구를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보상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다. 기자님들이 뽑아주신 덕이다(웃음).

-골든글러브에서는 새로운 이름이다. 특히 2루수 경쟁자들도 쟁쟁했는데.
정말 기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좋게 봐주셨다. 선배님들에 비하면 눈에 보이는 지표는 떨어질 수 있는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유심히 잘 봐주시고 평가해주신 거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화 순수 2루수로는 최초의 골든글러브를 받았는데.
한화 팬분들이 너무 나를 좋아해 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정말 나를 아들처럼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렇게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힘을 내서 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팬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사진=삼성동,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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