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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유아인 "20대=겉멋·허세…30대에 죽을 거라고 했는데" [인터뷰 종합②]

기사입력 2021.12.03 15:50

최희재 기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배우 유아인이 '지옥'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 전하며 자신의 20대를 떠올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이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옥'은 웹툰 원작자 연상호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유아인은 지옥의 사자가 찾아오는 현상이 신의 계시라고 설명하는 신흥 종교 '새진리회'의 수장이다.

'지옥'은 지난 11월 18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K-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했다.

3일 오전 화상인터뷰를 진행한 유아인은 사이비 교주 정진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아주 최소한의 등장만으로 최대치의 효과와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이었지 않나. 노출이 많으면 안 되고 미스터리 속에 쌓여 있어야 했다. 극 전체에 마수를 뻗치고 무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평소 작업보다 훨씬 더 긴장하면서 찍었다. 한 신 한 신 조금도 실패하고 넘어갈 수 없는 장면이었다. 선을 지키면서 선을 적절하게 넘고 싶은 부담 속에서 현장에 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옥' 속 스토리 전개와 메시지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이 결국에는 지옥 사자로 일컬어지는 괴물이 나타난다는 점, 천사의 고지, 사람들이 지옥에 가는 점, 그런 것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미디어를 통해 중계된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현실적이고 폭력적이지만 괴물 같은 인간, 천사인 척 하는 인간으로 보면,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믿음 자체에 대한 의심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것까지 '지옥'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혐오, 폭력, 집단의 광기 이런 것들이 다른 형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현실 세계에 끌고 와보면 비슷한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상당히 동시대적이고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자신이 느낀 점을 설명했다.

'지옥' 속에서 현실을 목격했다는 유아인에게 어떤 현실이 겹쳤는지를 묻자 "지금 당장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그런 것 같다. '지옥'이란 작품이 세상에 소개되고 오픈한지 1시간도 되지 않아서 6부를 다 보신 것처럼 리뷰를 하시면서 악플을 다는 분들이 있더라. '그런 믿음과 신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을 하게 하는 공포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신념과 현실 속 유아인은 무엇을 택했을까. 유아인은 "저는 할 수 있는 한 그 두 가지를 끝까지 의심하고 검증하는 편이다. 내 내면 안에서 해결된 상태에서 외부로 나올 때도 있고 표현을 하면서 내 믿음과 신념을 시험하기도 한다"라며 "내 믿음이 무조건 맞다고 살아가지는 않는 것 같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세상에 던져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느끼고 제 중심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유아인은 전체 6화 중 3화까지만 등장한다. 출연하지 않은 2부(4, 5, 6화)에 대해 묻자 "많은 분들이 1부, 2부 혹은 1막, 2막으로 나눠서 말씀하시더라. 제가 등장했던 1부까지는 많이 불안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했다. 1부가 격정적으로 흘러갔다면 2부부터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받아들여지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디스토피아가 펼쳐진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후반 2부에 진행됐지 않나.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만들어주는 2부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진수처럼 '20년 뒤 죽는다'는 고지를 받으면 배우 유아인은 어떤 시간을 보낼까. 유아인은 "고지는 받지 않았지만 저는 20대를 그렇게 산 것 같다. 상당히 느끼한 겉멋과 허세 같은 것들에 찌들어서 난 '30대에 죽을 거야' 하면서 살았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이어 "진수와는 좀 달랐지만 나를 좀 더 과감하게 던지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과감하게 실험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20대 태도 자체가 '내일 죽어도 상관 없을 것 같은 에너지로 살았었다. 순간순간 발산되는 에너지나 힘 같은 것들이 다음이 없는 것처럼 했다"며 "진수를 보면서 얼마 안 된 저의 20대 시절이 자꾸 상기된다"고 말했다.

또 유아인은 "지금 잘 살겠다고 꾸역꾸역 일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그 시절의 치기를 비웃어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살지 않나. 대부분 그 시간이 없는 것처럼 살지만 죽음은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그 앞에서의 태도가 제 20대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정제된 모습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그려보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소감에 대해 유아인은 "한 발은 현실 세계에, 또 한 발은 본인이 창조한 세계에 담그고 두 세계를 끊임없이 조율하면서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세계를 만들어내시는 것 같다. 그게 연상호 감독님이 만들어내는 연니버스의 매력이자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옥'은 유아인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유아인은 "바라는 바가 없다. 여러분들이 기억해주고 싶으신대로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도'나 '베테랑'과 같은 선 굵은 캐릭터를 맡으면서 큰 사랑을 받았었는데 한 편으로는 저를 가두고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작품이기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후에 다른 시도들을 많이 하면서 저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었다. 정진수처럼 강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에너지를 다루고 통제하는 나의 방법. 그리고 그것들을 적절하게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체화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로서는 계속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작품이고 캐릭터였던 것 같다. 배우로서 스스로 성장을 그리는 과정, 연구를 발전시키는 과정 등 총체적으로 큰 틀 안에서 저를 이해해주시고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넷플릭스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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