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선발이 최소 실점으로 게임만 만들어 주면 승부를 볼 수 있으니까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선발 야구를 강조한다. 부임 첫 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에도 선발진 구성이 힘써 왔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한 해 전에는 팀 선발 평균자책점 5.51로 하위권에 맴돌았는데, 이듬해 윤곽을 갖추기 시작한 뒤에도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라울 알칸타라 대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영입하며 선발진을 재구축했고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올 시즌 KT 선발진은 팀 선발 평균자책점 3.69로 1위다. 퀄리티 스타트도 76회로 가장 많았다. 2위인 삼성과도 10개 차이다. 이 감독이 부임한 뒤로 가장 강장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팀 선발 평균자책점 1위도 이 감독 부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가 중심을 잡고 고영표가 국가대표 에이스로도 활약할 만큼 우뚝 섰고, 4, 5선발인 배제성과 소형준까지 든든하다.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에도 나흘 간격으로 선발 등판하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9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1.34로 활약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도 거뒀다. 그의 등판 간격으로 인해 다른 선발들의 루틴이 일정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 감독은 "(소)형준이처럼 풀타임 선발로 오래 뛰어 오지 않은 선수에게는 오히려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셈이다"라며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감독이 부임한 뒤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배제성과 지난해 신인상 수상자 소형준이 4, 5선발을 맡는 가운데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한 고영표가 국내 선발진을 더욱 두껍게 만들었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21차례 퀄리티 스타트로 국내 선수 가운데 이 부문 1위를 달린 그는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 WHIP 1.04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정상급 선발로 거듭났다.
5명의 선발 로테이션이 확립돼 있는 가운데 후반기에는 엄상백의 합류도 큰 힘이 됐다. 올 시즌 상무에서 나선 11경기에서 6승 1홀드, 평균자책점 1.46으로 맹활약한 그는 지난 8월 중순부터 팀에 합류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4.10 WHIP 1.31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은 150km/h에 육박하는 공을 가진 그를 불펜으로도 활용할까 고민했지만 6명 체제로 선발진을 꾸리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거로 봤다.
치열한 1위 싸움이 한창이었던 올 시즌 막판에도 선발진의 활약이 뛰어났다. KT가 1위 자리를 내 줘야 했던 분수령에서도 선발진은 버텼다. 후반기 침체의 시작이었던 17일 수원 한화전부터 5연패를 포함한 2위로 내려앉은 23일 대구 삼성전까지도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3.70로 고군분투했다. 이 가운데 남다른 집중력을 보인 쿠에바스는 31일 열린 1위 결정전에서 이틀 만의 등판에도 7이닝 무실점으로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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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