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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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떨친 최재훈 "FA 생각 접어두자 커리어 하이까지"

기사입력 2021.10.10 10:35


(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쉽지 않은 과정도 있었다. 한화 이글스 최재훈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짙어지게 만들었다.

최재훈은 11일 경기 전까지 109경기에 나서 95안타 7홈런 38타점 51득점 타율 0.271을 기록 중이다. 극악의 시즌 초반을 보냈지만, 후반기 OPS 0.914로 리그 3위를 기록하는 등 모두가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2번타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면서다.

최재훈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최재훈이 살아나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동기부여가 될 법한 FA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은 뒤부터다. 다시 아이러니하게도, 그러자 최재훈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다음은 최재훈과의 일문일답.

-이제는 2번타자가 익숙해졌나.
익숙할 때 됐다. 감독님께서 2번으로 갈 수 있다고 얘기하셔서 그냥 '갈 수 있겠구나, 얘기만 하시겠지' 했는데 진짜 2번을 치니까 어려운 일도 많았다. 포수가 2번이라는 게 부담도 되고 체력 문제도 있고, 뒤에 타자가 쳤을 때 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아웃되면서 욕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웃음) 그런 부담도 있었다.

-100안타도 눈앞이고, 성장이라면 성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 안 좋다 보니까 100안타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출루율을 높여서 도움이 되겠다 생각을 많이 했다. 타격이 안 됐을 때는 수비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초반에 워낙 안 되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다.


-타율도 높아졌지만, 출루율이 굉장이 좋다.
코치님,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신 게, 타율보다 OPS가 높은 타자가 좋은 타자라고 얘기를 하셨다. 출루율은 좋았기 때문에 '눈야구'를 하자고 생각했고, 2번타자이기 때문에 많이 출루해야 뒤에 있는 타자들이 쳐주고, 점수 내니까 어떻게든 출루를 많이 하자는 생각을 했다. 출루율 부분은 이렇게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는데 하다 보니까 나도 깜짝 놀랐다.

-9월 10일 LG전에서는 데뷔 처음으로 1번타자를 맡기도 했다.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는데 진짜 1번이더라. 중고등학교 이후로 쳐본 적인 없는 1번타자를 쳤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그리고 그때 워낙 못했기 때문에, (정)은원이에게 '1번이 이렇게 어려운 자리구나' 얘기했다. 두 번 다시 1번은 치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9월 3일 롯데전에서는 1루수로 교체되기도 했다.

대타로 나간 뒤에 감독님이 1루를 볼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무심코 할 수 있다고 했다. 1루 나갔을 땐 긴장 안 한 거 같이 나갔다. '공 오면 받기만 하면 되지' 했는데, 왼손 타자 나오니까 나한테 칠까 봐 정말 무섭더라. 긴장하니까 허탈한 웃음까지 나왔다. 긴장 안 한 것처럼 속이려고 했는데 땀도 많이 났다. 내야가 많이 힘들구나 느꼈다.

-경찰 야구단 시절 1루를 본 적이 있다고 하던데.
맞다. 3루도 보고, 그때는 편했다. '내가 짱이다' 생각하고 했기 때문에. 그런데 끝나고 프로 와서 보니 짱이 아니었더라(웃음). 

-포수가 힘든 포지션인데, 2번타자까지 하니까 수비는 수비대로, 타격은 타격대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투수들과 얘기를 많이 한다. 투수들이 잘 따라와 준 것도 있고, 나도 하면서 투수들의 성향을 파악했다. 제일 좋은 건 (김)민우가 10승 이상을 했기 때문에 만족한다. 카펜터가 잘 던졌을 때 승을 못 한 게 제일 미안했다.

-시즌이 끝나면 FA인데.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생애 처음 FA 자격을 갖는데, 잘해야겠다는 게 있었다. 어떻게든 정말 잘해서 내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한번 인정받고 싶었고, 그러면서 부담도 많이 생겼다. 너무 안 되다 보니까 두 배로 더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정도였나' 생각도 했다. 막상 그걸 지우고 선수들, 코치님들과 대화하면서 마음 편하게, FA 생각을 접어두고 경기에 초점 맞춰서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커리어하이도 보인다.
시즌 초반에 안 됐을 땐 100안타에 근접할 거라 생각도 못 했다. 타율도 그렇지만 생산 능력이나 WAR 같은 것들도 이렇게까지 올라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계속 가다 보니 커리어하이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대로 더 잘하고 성장하면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정말 집중했던 것 같다.

-한화가 올해도 최하위인데, 올 시즌의 팀을 본다면.
선수들이 젊어졌기 때문에 초반에 젊은 피로 달렷다. 지나서 보니 경기를 많이 뛴 선수들이 별로 없어서 체력 문제도 있었고, 집중력도 떨어지면서 힘을 못 썼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이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그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기서 멈추지 않았나 한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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