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오징어 게임' 허성태가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6일 오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허성태와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 17일 공개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덕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성태는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일인 것 같다. 앞으로는 벌어지지 않을 일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SNS 팔로워가 엄청나게 늘었다면서도 여전히 출연진 중에선 최하위권이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체질상 이런 걸 잘 못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선 좀 즐겨도 된다고 하더라. 유해진 선배님도 연락하셔서 즐기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장덕수라는 캐릭터를 위해 한 달 반만에 무려 17kg이나 증량을 할 정도로 엄청난 열정을 불태운 허성태. '월드와이드 빌런'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악한 덕수의 감정에 깊게 빠져든 적은 없었을까. 그는 "배우로서 배역에 몰입을 안 한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컷 사인이 나오면 바로 현실로 빠져나오는 스타일이다"라면서 "현장에서는 한미녀 역의 김주령 배우와 감독님께 의지해서 연기했다. 동료 배우들의 높은 집중력 때문에 덕수로서 몰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독님과 처음 이야기를 할 때 들은 사실인데, 원래 덕수는 극에 처음부터 있던 캐릭터는 아니라고 하셨다. 후반에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추가한 캐릭터라고 하더라"며 "사실 처음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해서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덕수는 세고 강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목숨이 위태로울 때 누구나 갖고 있는 두려움을 찌질하고 비열하게 풀어낸다. 덕수의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함께 붙는 장면이 많았던 김주령과의 연기에 대해서는 "(김)주령 누님과는 어려운 신들이 많았다. 서로 욕도 많이 써야했고, 누님이 마르신데 몸으로 부딪히는 부분도 많아서 걱정하면서 찍었다"면서 "감독님이나 제작사 대표님이 자칫 날카로울 수 있는 현장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게끔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허성태는 "정호연 배우가 붙임성이 좋았다. 제게 먼저 다가와줬고, 케미가 마냥 좋았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었고, (박)해수도 정말 유머러스했고, 아누팜 트리파티는 정말 착했다. 분장실이 정말 시끌벅적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대본을 처음 읽고 나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그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를 극의 장치로 썼다는 게 특색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각자의 캐릭터가 가진 드라마가 매력이 있어서 펑펑 울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며 "다소 잔인한 부분도 있지만, 극중 상황이 우리의 삶의 연속인 건 분명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도 분명했다. 개개인의 드라마도 있었고, 가족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걸 공감가도록 그려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만약 실제로 456억원을 받게 된다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전원주택에서 사는 게 꿈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 농담삼아 얘기했던 것 중 하나인 많은 분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PC방, 당구장, 만화방 등을 구비해놓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서 "그래도 돈이 남을 거 같은데, 그렇게 큰 돈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아마 어머니께 드릴 것 같다"고 웃었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악역과 덕수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악역들은 강하고 셀 수 밖에 없었던 전사가 있었는데, 덕수는 강하고 세지만, 오히려 반대되는 지저분하고 치졸하고 찌질하고 약해보이는 모습을 같이 갖고 있는 역할이었다. 감독님은 저를 '남한산성' 때부터 알고 계겨서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주자고 하셨다. 그래서 덕수가 총소리에 깜짝 놀란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생명의 위협이 왔을 때 비굴해지는 것도 상상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생활을 하다가 비교적 늦게 배우로 데뷔하게 된 허성태. 그는 "배우로서 처절함이나 강박관념이 심한 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그 스테이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떨어져서 고향으로 가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거였기 때문에 그 때부터 처절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도 있고, 작품을 준비할 때 채찍을 가하는 편이다. 제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불안해하는 스타일이라 주변에서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대사를 읊고 다니거나 한다. 그게 극중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만일 시즌2가 제작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저의 상상일 뿐이지만, 다방구나 고무줄 뛰기가 게임으로 등장하면 재밌을 것 같다. 덕수가 고무줄 뛰기를 한다고 상상해보시라. 얼마나 웃기겠나"라고 웃으며 답했다. 더불어 극중 등장한 게임들 중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가장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정재와는 영화 '헌트'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된 그는 "연이어서 두 작품을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고, 감독님과 처음 리딩할 때부터 지금까지 배우를 하시던 분이 연출을 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배우를 너무나 존중해주고 편하게 해주신다. 디렉션을 주실 때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써주신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져주시는 거 같아서 편하고 안정감 있게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감독님이 정말 디테일하시고, 연출부들이 괴로워할 정도로 하나하나 다 관여하신다. 그리고 본인이 또 연기까지 하셔야 해서 정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한산성'에 이어 다시금 호흡을 맞춘 황동혁 감독에 대해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모든 장르를 연출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극찬했다.
할로윈에 팬들이 원한다면 덕수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말한 허성태는 끝으로 "배우로서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역시 어머니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동안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오래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한아름컴퍼니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