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에르난 페레즈의 합류 효과는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가리지 않는다.
내외야 수비 소화가 모두 가능한 페레즈는 지난달 18일 합류 시점부터 1루수와 2루수, 3루수, 유격수에 좌익수, 우익수까지 6개 포지션을 선발로 소화했다. 페레즈를 다양한 포지션에 쓸 수 있다는 건 페레즈는 물론 다른 선수들의 활용 폭까지 넓어졌다는 뜻이다.
타격에서도 서서히 적응을 마치며 팀 동료들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8월 12경기에 나서 2홈런 포함 12안타 10타점과 타율 0.261을 기록했던 페레즈는 9월 현재까지 18경기에서 22안타(1홈런) 12타점 11득점 타율 0.314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타율도 2할 9푼대까지 끌어올렸다.
리그 최다 볼넷을 기록하는 등 완벽하게 톱타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정은원과 후반기 3할 중반대로 맹활약 중인 최재훈, 커리어 하이를 바라보는 주장 하주석, 그리고 한화의 후반기 최고 히트상품 김태연과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노시환까지, 여기에 페레즈가 더해지면서 한화의 타선 짜임새는 확실히 단단해졌다.
무엇보다 페레즈의 진가는 '분위기 메이킹'에 있다. 페레즈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뛰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과감한 시도를 서슴지 않는다. 바라지 않았던 결과가 나온다 한들 유니폼을 툭툭 털어내고 다음 플레이에서 다시 똑같이 전력 질주를 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주루 플레이의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는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이 있었다고 본다"며 "페레즈가 올 때쯤에는 조금은 정체된 느낌도 있었는데, 페레즈의 에너지 넘치고 긍정적인 야구 스타일이 주루뿐 아니라 클럽하우스에서도 선수들에게 좋은 임팩트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리머니조차 허투루 하지 않는다. 홈런을 친 선수에게 선글라스를 씌우는 한화의 세리머니 역시 페레즈의 아이디어다. 선글라스 세리머니를 시작하고 14번, 10명의 선수가 선글라스를 썼다. 확실히 선글라스를 쓴 후의 분위기는 홈런 한 방, 하이파이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베로 감독은 언제나 열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호세 피렐라에 대해 '사랑스럽고도 얄미운 선수'라는 평가를 했는데, 다른 팀에 봤을 땐 페레즈 역시 피렐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캐릭터일 터다. 언제나 100% 힘을 다하는 것을 강조하는 수베로 감독의 철학, 또 젊고 생기 넘치는 한화 선수단과 궁합이 딱 맞는 외국인 선수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