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KT 위즈 고영표는 투구 수 90구로 8회 말까지 책임졌다. 시즌 최다 투구 수는 100구. 게다가 올 시즌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이닝당 투구 수 최소 1위(14.9)를 기록했기에 완투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8회를 마친 뒤에 벤치에서 '고생했다'고 하시더라. '아직 1이닝 남았는데요?'라고 농담했는데,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몫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욕심부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만 던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완봉이 가능했더라면 욕심도 났을 거다. 완투도 물론 의미 있다. 하지만 남은 시즌에 집중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의 페이스만 좋다면 한계 투구 수를 지나치게 넘지 않는 선에서는 더 긴 투구도 허락할 용의가 있다는 주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이기에 과욕을 경계한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영표도 100구를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다음 경기를 위해 남겨놓는 거다. 영표는 또 전역한 뒤로 첫 시즌을 치르는 거니까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이날 자신의 시즌 14번째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규정 이닝을 소화한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서는 고영표가 1위다. 외국인 투수들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전체 투수로 보면 같은 팀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6회, 1위)에 이어 아리엘 미란다(두산),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이상 14회)와 함께 공동 2위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투구 수로는 100구를 넘기는 셋과 달리 고영표는 평균 91.35구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공을 던지지만 긴 이닝을 끌고 갔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요즘에는 예전처럼 130구씩 던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연장이 없기에 규정 이닝만 치르면 된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책임지려 하는 선수들에게는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하지 않는다. 단지 '매 이닝, 매 타자 집중하라'고 한다"며 "다만 상대에게 읽히지 않게 영표의 경우에도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도록 한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는 아니다. 여러 구종을 다양한 패턴으로 던진다. 오늘도 LG 타순이 세 바퀴 정도 돈 것 같은데, 한 바퀴 돌더라도 상대는 구종에 적응한다. 때로는 상대 타자의 유형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공을 던져 현혹시키는 방법을 쓰려 한다. 그러면서 많은 범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내려 한다. 힘으로 이기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90구만으로 올 시즌 들어 가장 긴 8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은 고영표는 시즌 9승(4패)째를 거두며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새로 썼다.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써 가는 것도, 평균자책점을 낮출 수 있던 것도 동료들 덕이라고 한다. 그는 "실점 상황에서는 호잉이 최선을 다하다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그래도 지난 경기에서 고마운 수비를 해 줘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오늘 선제 투런 홈런도 쳐 줬지 않나. 또 내가 막으면 비자책으로 기록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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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