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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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짚고 한참을 떨었다, 이정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올림픽 야구]

기사입력 2021.08.07 16:41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패배를 확정 짓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홈런이 나오자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들이 주저 앉았다. 그리고 이정후는 펜스를 짚고 고개를 숙이며 한참을 떨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야구대표팀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6개 팀 중 4위로 메달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0-4에서 6-5 역전까지 잘 갔던 한국이었다. 하지만 8회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 오승환을 당겨 쓰는 초강수를 두며 리드를 이어가고자 했으나, 만루 위기에 폭투와 2루타, 그리고 2점 홈런까지 얻어맞으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스코어는 어느새 6-10. 결국 김경문 감독은 오승환을 내리고 김진욱을 올렸다. 그 사이 야수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주장 김현수와 박해민의 표정엔 생각이 많아보였다. 이윽고 이정후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정후는 펜스에 두 팔을 짚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을 떨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정후는 프리미어12 때 패배 당시 자신이 당한 구종을 전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하지만 준결승 2연패에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고, 패배 위기까지 드리워지자 이정후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을 오가며 중요한 순간 제 역할을 해줬던 이정후였다. 분위기를 바꾸는 첫 경기 이스라엘전 홈런과 두 차례 미국전 도합 3안타, 한일전에서도 멀티안타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도미니카전은 5타수 무안타로 가혹했다. 마지막 9회 1사 2,3루 상황서 파울팁 삼진으로 물러난 이정후의 표정에는 분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올림픽 실패는 분명 아쉽지만, 이정후의 성장에 또 하나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프리미어12 한일전 때의 삼구삼진을 기억하고 올림픽 한일전에서 2안타로 되갚는 데 성공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올림픽 실패도 승부욕이 강한 그에게 또 하나의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SBS 중계화면 캡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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