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0:48

'금연법' 스페인, 속출하는 '흡연혁명'

기사입력 2011.01.19 18:14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2010년까지만 해도 스페인은 '흡연천국'이었다.

기자의 개인적 경험에도 스페인은 '금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색한 공간이었다. 바, 카페, 식당은 물론, 공항과 기차 역 등 그 어떤 공공장소에서도 담배를 입에 문 '남녀노소'를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2011년 1월 2일, 스페인은 유럽 최고 강도의 '금연법'을 실시해 '담배=스페인'의 이미지를 떨쳐 낼 과감한 시도를 했다. 세계 최고의 여성 흡연율(34%)과 최연소 평균 흡연연령(만 13세)을 자랑한 대가로 연간 흡연 사망자가 55만 명(하루에 150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공항, 기차역 등 공공장소의 흡연은 물론이고 식당, 바, 카페 등 실내 업소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또한, 택시에서는 아예 담배를 필 수 없고 자가용 차라 할지라도 18세 미만의 청소년 및 아동이 탑승할 시에도 흡연은 금지된다. 가정에서의 흡연도 비흡연자의 배려가 필수인 제한적 허용이다. 호텔의 경우는 객실의 30%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이번 금연법에 대해 비흡연자들은 당연히 '환영일색'이다. 그러나 '폭넓은 흡연층'의 존재로 스페인의 금연법은 시작부터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스페인의 소비자 보호단체 '파쿠아(Facua)'에 따르면, 금연법 시행 약 2주 만에 이미 614건의 위반사례 고발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신고정신이 취약한 스페인 문화를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숫자이다.



그러나, '금연법'에 대한 불만 신고는 법 시행 이틀 만에 무려 800건이 넘게 접수됐다. '금연법'에 대한 불만이 '위반 사례'의 고발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특히, 다수의 숙박, 요식업 종사자들은 이번 '금연법'을 불가능한 법이라 여긴다.

갈라시아 지방, 비고에서 29년 째 바를 경영하는 로리스씨는 '엘 파이스' 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을 불러야 할 상황이 몇 번 있었다. 손님이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담배를 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손님이 한 둘이 아니란 것이다. 나 역시 경찰을 끌어 들이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손님 중 누군가가 나를 신고할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며 난처한 입장을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이번 금연법 시행으로 요식업계의 매상이 최소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75,000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엘 파이스' 지에 따르면, 이런 상황으로 많은 업소들이 손님들과의 언쟁을 벌이는 대신 벌금을 내는 게 낫다는 입장을 보인다. 손님을 잃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쪽이 더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몇몇 업소의 경우, '흡연가능'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버젓이 흡연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포르투갈 접경지역의 몬테에르모소란 마을의 볼링 바에서는 담배를 피우려는 손님과 이를 제지하려는 주인 간에 다툼이 벌어져 주인이 이마를 16바늘 꿰매는 큰 부상을 입은 적도 있다.

'금연법'이 흡연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로리스씨는 '엘 파이스' 지를 통해 "담배 피며 마시는 것(커피나 술)을 즐기는 데 이제는 할 수 없다. 비흡연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흡연자들의 처지는 마치 페스트 환자처럼 되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몬테에르모소에서 있었던 업주와 손님의 다툼도 업주의 흡연 제지에 손님이 '흡연권'을 주장하며 벌어졌다. 그 밖에 다수의 흡연가들이 '금연'이란 법적으로 강력히 제지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라고 주장한다.

'금연'을 명목으로 담배가격을 대폭 인상해 국고의 수입을 늘리는 담배에 대한 국가의 이중성을 꼬집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금연법을 위반할 경우, 개인에게는 최고 600유로(약 90만원), 업소에는 최고 60만 유로(약 9억 원)의 무거운 범칙금이 부여된다.

스페인 정부의 강력한 '금연의지'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엘 파이스(스페인) 홈페이지]

 

 

 



윤인섭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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