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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일거양득' 조광래호, 가능성 보여주다

기사입력 1970.01.01 09:00 / 기사수정 2011.01.20 23:25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결과는 아쉬웠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인도와의 2011 아시안컵 C조 최종전에서 4-1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바레인에 1-0으로 승리한 호주와의 골 득실에 밀려 조 2위를 차지, D조 1위 이란과 재회하게 됐다.


이날 조광래호는 4-4-2 전술(혹은 4-2-3-1)로 인도에 맞섰다. 포백 위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을 좌, 우측면 자원으로 내세우면서 이용래(수원)와 기성용(셀틱) 그리고 구자철(제주)를 중원에 배치했고, 지동원(전남)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예상대로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인도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짧고 정확한 전진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였으며 이는 곧바로 중원 장악으로 이어졌다. 또한, 횡적인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공간을 벌리면서 유리한 공격 전개를 이끌어 전반 6분과 9분 각각 지동원과 구자철의 연속 득점으로 일찌감치 앞서 갔다. 비록 곽태휘의 파울로 상대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잠시 흔들렸지만, 이후, 지동원과 손흥민(함부르크)의 연속 득점으로 결국 4-1 승리를 거뒀다.

가능성 보여준 조광래호, 성공적인 세대교체 이끌다

많은 기회를 얻었음에도, 문전에서의 집중력이 아쉬웠지만, 상대 골키퍼가 경기 내내 눈부신 선방 쇼를 펼쳤음을 고려할 때 대표팀은 내용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호주에 밀려 조 2위로 8강에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날 조광래호는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선, 대표팀 선수들의 연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팀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토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도전에서 2득점 1도움으로 대표팀의 승리를 이끈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은 1991년생이며 3경기 연속 득점으로 에이스로 우뚝 선 구자철은 1989년생이다. 게다가 두 선수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보여준 무서운 신예다.

지동원은 이란과의 3,4위전 종료 직전 연속 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의 동메달을 이끌었고, 구자철은 준수한 활약으로 버팀목이 됐다. 나아가 지동원은 아직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이며 구자철은 지난 2009 이집트 대회에서 주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선전을 이끌었다. 이는 이들이 이제 막 청소년 대표팀에서 벗어난 새내기임을 뜻한다.

네 번째 득점을 성공한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다. 1992년생인 그는 어린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함부르크의 재능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대와 우려 속에 대회에 출전한 그는 조커로서 경기 감각을 익히더니 결국 인도전에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함과 과감함을 동시에 보여준 그는 지동원과 함께 킬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2007 캐나다 U-20 청소년 월드컵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후, 대표팀 중심으로 부상한 기성용과 이청용 역시 젊은 피에 속한다. 각각 1989년과 1988년생인 그들은 FC 서울에서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해 소속팀의 중추로서 자리 잡았다.

인도전에서 어린 선수들의 활약상은 후반 박지성의 교체 이후,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그동안 대표팀은 박지성에 의존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주장의 유무와 상관없이 경기 막판까지 리듬을 잃지 않으며 박지성의 후반 공백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비록 인도가 약체에 속하지만, 전원 수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박지성 교체 후, 대표팀이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지속했다는 점과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득점 기회를 얻은 점 나아가 막내 손흥민의 발끝으로 마무리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정착된 모습을 보여준 조광래식 축구

또한, 이번 경기를 통해 조광래호는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에 정착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0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이 보여준 전술은 실패에 가까웠다. 당시 그는 중원에 수비적인 선수들을 배치해 허리 싸움에서 일본에 승리를 거두고자 했고 중앙 수비수인 조용형에 미드필더까지 올라오는 역할을 주문했음은 물론, 주장 박지성 대신 출장한 윤빛가람에게도 적극적인 수비를 지시했다.

그럼에도, 대표팀은 일본의 빠르고 창의적인 패스 워크에 고전했다. 이는 곧바로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상황을 연출해 실망스러운 경기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수비적인 선수들이 대거 중용된 미드필더진은 잦은 패스 미스로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빌미가 됐다. 나아가 활동량이 좋은 선수를 중심으로 좁은 공간에서 패싱력이 뒷받침된 중원을 꾸리고자 했으나 밸런스 붕괴라는 결과를 낳으며 기대에 못 미쳤다.

이러한 우려 속에 아시안컵에 출전한 조광래호는 바레인과 호주를 상대로 덜 다듬어졌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전술로 발전했음을 보여줬고 이번 인도전을 통해서는 정착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확한 퍼스트 터치를 바탕으로 공격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지 않았고 빠른 패스워크를 통해 전진하면서 상대 뒷공간을 적절히 활용했다. 때에 따라서는 긴 패스를 통해 좌, 우 공간을 벌리며 상대 측면 수비진을 위로 끌어 올려 기회를 엿봤다.

득점 상황에서도 조광래식 축구는 진가를 발휘했다. 키핑력이 우수한 구자철을 중심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으며 선수 개인의 돌파가 아닌 팀워크를 통해 4득점을 뽑아냈다. 전반과 달리 득점력이 지지부진했던 후반에도 이러한 흐름은 지속했다.

최종전 상대 인도는 다른 팀과 비교해 열세에 있다. 그럼에도, 인도의 짠물 수비를 허무는 모습과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조광래식 축구의 진가를 발휘한 점은 고무적인 성과였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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