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연이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31일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전에서 3-6으로 대패했다. 이동경이 멀티 골로 분전했지만, 상대에게 단순한 패턴에 6골을 허용했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중요한 강호 멕시코와의 8강전을 앞두고 특징적인 변화를 선발 라인업에 보여줬다. 조별리그 3경기 내내 선발로 나섰던 원두재가 선발로 나오지 않고 김동현이 김진규와 함께 짝을 이뤄 3선에 나섰다.
3선의 밸런스는 안정적인 빌드업과 공격적인 전진이었다. 원두재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수비에서 더 안정감을 보였던 선수였다. 물론 조별리그 일정 내내 보여줬던 불안한 볼 처리는 불안 요소였지만 김학범 감독은 원두재의 수비 보호 능력 대신 과감한 선택을 했다.
전반 8분까지 이 선택은 먹혀드는 듯했다. 멕시코에 볼 점유를 내주지 않고 공격을 시도한 대표팀은 이동준과 김진야를 활용한 측면 공격으로 멕시코를 흔들었다. 하지만 때마다 기회는 잘 나오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상대에게 볼 소유를 내주자 위기는 시작됐다.
수비 보호가 되지 않으면서 대표팀은 위기를 맞았다. 설영우가 있는 오른쪽 측면에 상대 공격수 알렉시스 베가가 집요하게 돌파와 크로스를 시도했고 설영우 혼자서 이 공격을 막아야 했다. 김진규가 공격으로 올라가고 김동현이 뒤를 받쳐주었지만, 김동현의 공간 커버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국 대표팀은 전반 12분 만에 크로스에 이은 헤더 패스로 헨리 마르틴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이동경의 동점골이 나왔지만 연달아 상대의 크로스를 차단하지 못한 대표팀은 전반에 두 골을 내주며 마무리했다.
김학범 감독은 하프타임에 결국 원두재를 투입하고 권창훈, 엄원상을 추가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원두재가 투입되면서 수비 커버에 안정감을 되찾았지만 두 골이 필요한 대표팀은 원두재 혼자 수비를 커버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동경이 다시 추격 골을 터뜨렸고 좋은 흐름으로 이어가는 듯했지만 프리킥을 내준 상황에서 또다시 마르틴에게 추가 골을 허용하자 대표팀은 급해졌다. 이후엔 수비와 공격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대에게 압박을 풀어나갈 공간을 많이 허용했고 이후엔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더욱더 아쉬운 선택은 엄원상의 투입이었다. 조별리그 내내 움직임 자체는 좋았지만 킥 감각이 좋지 않았던 엄원상을 하프타임에 투입한 김 감독은 엄원상의 왼쪽이 풀리지 않자 다시 변화를 위해 후반 28분 이강인과 교체해줬다. 결국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뒤늦게 수습에 들어갔다.
이강인이 분전하면서 공격을 계속 시도했지만 무너진 수비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45분에 코너킥 상황에서 황의조의 만회 골이 나왔지만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작부터 꼬인 김학범 감독의 선택이 결국엔 걷잡을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