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한국과 호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대 빅매치는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의 경기 끝에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서 보다 짙은 아쉬움은 한국의 몫이다.
14일 오후(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경기장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한국은 구자철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호주에 1-1 무승부를 허용했다.
후반 17분, 밀 제디낙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기 전만 해도, 한국의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박지성과 이청용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공격을 펼쳐 호주의 '파워축구'를 압도했다. 황재원과 기성용이 수비 부문에서 몇몇 아쉬운 플레이를 펼쳤지만, 상대가 아시아 최강을 다투는 호주임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기회만 허용한 것이었다.
대표팀 플레이의 전체적인 중심을 해외파가 잡았지만, 국내파의 활약도 충분히 눈부셨다. 특히, 지동원과 구자철은 전반 중반, 기가 막힌 콤비 플레이로 명 골키퍼, 마크 슈왈처를 상대로 한국의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반 24분, 골키퍼 정성룡이 길게 찬 볼을 지동원이 가슴 트래핑 후 문전 앞 구자철에게 재치 있게 연결했고 구자철은 그림 같은 볼 터치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터트려 호주 골문의 오른쪽 모서리를 꿰뚫었다.
단지 득점 장면뿐 아니라, 지동원과 구자철은 한국 공격의 중심에 서며 여러 차례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슈팅의 정확도가 아쉬웠지만, 그것은 이날 경기 지동원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지동원은 장신의 호주 수비를 상대로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이며 타킷맨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고 폭넓은 움직임과 탁월한 연계 플레이로 한국의 역공에 크게 이바지했다.
구자철의 활약은 이날도 '조광래호'의 新황태자 다웠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구자철은 날카로운 슈팅과 정확한 패싱력, 그리고 수준 높은 돌파력을 선보이며 한국의 공격력을 다채롭게 해줬다.
그러나 후반 들어 지동원과 구자철을 대신해 경기장에 투입된 유병수와 염기훈은 한국 대표팀에 아시아 제패를 위한 커다란 숙제만 부여했다.
후반 22분, 1-1 동점 상황에서 두 선수를 교체 투입한 조광래 감독은 전체적인 라인을 전방으로 끌어올리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기적인 움직임의 지동원보다 강력한 한 방을 갖춘 유병수, 정교한 왼발로 세트 피스에서 중요한 옵션으로 쓰이는 염기훈의 투입도 체력이 떨어진 호주의 수비진을 열기 위한 나름의 비책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병수와 염기훈은 교체 멤버로서의 역할에 완벽히 실패했다. 유병수는 어정쩡한 움직임으로 골 기회를 맞기는커녕, 한국의 공격 작업에 어울리지 못하며 겉으로 나돌기 일쑤였다. 게다가 상대와의 몸싸움에 적응하지 못하며 볼 간수에 실패, 경기의 페이스를 호주에 내주는 데 그 원인을 제공했다.
염기훈은 부정확한 킥으로 자신의 투입 이유를 무의미하게 했다. 몇 차례의 측면 크로스는 상대 수비진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너무 원거리를 향했고, 후반 막판 얻은 코너킥 기회에서도 지나치게 긴 킥으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그 밖에 다른 공격수와의 유기적인 호흡이 미흡한 점도 크게 아쉬웠던 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체 멤버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우승을 향한 한국 대표팀의 행보도 크게 위협받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토너먼트로 치러질 8강 이후의 행보에서 교체 선수가 가지는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이 끝나기에 각 팀은 극도로 신중한 경기 운영을 펼 것이고, 박빙의 상황에서 한순간에 경기 승부를 뒤집을 '팔팔한' 교체 멤버의 존재는 우승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대표팀에게는 조별리그 최종전 인도전이 남아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인도전에서 대승을 거둬야 조 1위가 결정될 수 있지만, 인도전은 현명한 선수 투입으로 비주전 선수의 자신감을 올려놓을 절호의 기회이다.
이날 부진한 활약을 보인 유병수, 염기훈, 1차전에서 제대로 된 활약 기회를 얻지 못한 손흥민과 그동안 기회가 부족했던 윤빛가람(호주전 막판 교체투입)과 김신욱 등, 보다 폭넓은 선수 기용으로 다수의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은 앞으로의 대회 운용을 위해 인도전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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