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4:43

[수다메리까!] 남미 국가명과 그 안의 숨은 뜻

기사입력 2011.01.20 20:03 / 기사수정 2011.01.20 20:15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의 수다메리까!] – 남미문화기행

 
한 나라의 이름은 그 나라의 상징이 된다. 국가라는 것이 하나의 물체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 인간들의 의식 속에서 약속된 하나의 상상결합체이기에 국가가 가지는 이름이야말로 한 국가의 상징이자 한 국가의 총체가 된다.
 
그렇기에 '국명'에는 아무 뜻이 없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한민족의 민주국가'란 뜻이고 일본은 '태양의 근원'이라는 뜻, 중국은 '세상의 중심'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는 '중세 프랑크 왕국의 후예'를 뜻하고, 잉글랜드는 '앵글로 족의 땅', 러시아는 '루시 족(러시아의 시초인 키예프 공국이 루시 강가를 중심으로 발전)의 땅'이란 의미가 있다.
 
남미의 국가명 역시 제각각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남미의 국가들이 민족적 유대감으로 국가를 형성하지 않았기에, 독립투쟁이란 혁명과정을 통해 국가가 들어섰기에, 아시아나 유럽의 국가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의미를 살펴볼 수도 있다.
 
그럼, 남미 10개국의 국가명이 가지는 의미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순서는 가-나-다 순서로 하겠다.
 

1. '작은 베네치아' 베네수엘라
정식명칭: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República Bolivariana de Venezuela)
 
베네수엘라란 국명은 '작은 베네치아'를 의미하는 이탈리아 어 '베네추올라(Venezouola)'에서 비롯되었다. 1499년,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아 베네수엘라 북쪽 해안을 탐사하던 아메리고 베스푸치(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탐험가)가 수상마을을 발견,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빗대 '베네추올라'라 부른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베네추올라'의 스페인어식 표현이다.
 
'국명' 중간에 들어간 볼리바르는 자국 출신의 범 라틴 아메리카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를 기리려는 것이다.
 
2. '혁명가'에 바쳐진 나라, 볼리비아
정식명칭: 볼리비아 다민족연방(Estado Plurinacional de Bolivia)

 
베네수엘라는 자국 출신의 혁명가, 볼리바르를 국가명 중간에 위치시켰지만, 볼리비아는 그 자체로 '볼리바르의 나라'란 뜻이다.
 
볼리비아는 스페인 식민시절, 페루 부왕령 소속의 알토페루(페루의 고지대)라 불렸으나 볼리바르의 부하, 안토니오 호세 데 수크레에 의해 1825년 해방되었다. 수크레는 이후, 알토페루를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개칭했으나, 공화국의 하원의원, 마누엘 마르틴 크루스가 “로물로스의 로마이듯, 볼리바르의 볼리비아여야 한다.”는 이론적 이의에 국가명을 볼리비아 공화국으로 개정했다.
 
이후, 백인, 메스티소에 케추아 족, 아이마라 족, 과라니 족 등 다양한 원주민 민족의 존재로 정식국명을 볼리비아 다민족 연방으로 삼았다.
 
3. 브라질: 국가의 이름으로 부활한 '빠우 브라지우'
정식명칭: 브라질 연방공화국(República Federativa do Brasil)
 
브라질의 국명은 16세기, 적색염료의 원료로 쓰이던 '빠우 브라지우(Pau brasil)'란 나무에서 비롯됐다. 당시 유럽에서 상업적 가치가 대단했던 이 나무가 브라질에서 흔하디흔했기에, 브라질의 지명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후 포르투갈 식민시대와 브라질의 독립 이후에도 '브라질'이란 명칭은 5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흔하던 '빠우 브라지우'도 오늘날 브라질에서 상당히 자취를 감추었다. 브라질 사람 중 90%가 '빠우 브라지우'를 본적이 없을 정도이며 이제는 식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
 
4. '은의 땅' 아르헨티나
정식명칭: 아르헨티나 공화국(República Argentina)
 
아르헨티나란 국명은 '은'을 뜻하는 라틴 어 '아르젠툼(Argentum)'에서 비롯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은의 땅'을 뜻하는 라틴 어 '아르젠티나(Argentina)'의 스페인어식 발음이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 식민시절에도 '리오 델 라플라타 부왕령'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앞의 거대한 강, 라플라타 강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인데 라플라타(La Plata)란 스페인 어로 '은'을 뜻한다. 라플라타 강 어귀에 많은 은 산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란 지명은 1602년, 이곳을 여행한 스페인 성직자 마르틴 델 바르코 쎈테네라가 '아르헨티나와 라플라타 강의 정복자'란 시집을 발표하며 라플라타 강 주변지역의 별명으로 통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독립이 선언된 지 10년 만인 1826년, 각지의 산재한 독립 세력을 하나로 묶기 위해, 식민 시대의 유산을 떨쳐내기 위해, '아르헨티나'란 이름을 국명으로 확정했다.
 
5.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정식명칭: 에콰도르 공화국(República del Ecuador)
 
에콰도르(Ecuador)는 스페인 어로 '적도'를 뜻하는 데, 에콰도르의 국토는 적도상에 놓여 있다. 에콰도르가 1830년, 그란 콜롬비아에서 독립하며 국명으로 정해졌다. 물론, 국토를 가르는 '적도'의 존재도 '에콰도르'란 국명에 영향을 미쳤으나, 적도가 상징하는 것이 아메리카 대륙의 중앙을 의미한다는 점도 '에콰도르'를 선택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
 
6. 새들의 강, 우루과이
정식명칭: 우루과이 동방 공화국(República Oriental del Uruguay)
 
우루과이는 국토의 서쪽을 흐르는 우루과이 강에서 국명이 유래하였다. 우루과이 강 동쪽에 위치한 탓에, 정식 명칭도 우루과이 동방공화국이다. 우루과이란 과라니(파라과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중부, 우루과이, 브라질 남부에 살던 원주민. 오늘날에는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브라질 접경지역에 소수 거주)어로 '새들이 사는 강'을 의미한다.
 
식민시절,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각축장이었던 지금의 우루과이는 이베리아의 양국이 물러난 후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세력이 첨예하게 맞물리던 장소였다. 결국, 1830년, 이 지역은 '우루과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독립국이 되었다.
 
7. '눈이 내리는 추운 땅' 칠레
정식명칭: 칠레 공화국(República de Chile)
 
스페인 사람들이 페루를 정복했을 때, 페루의 원주민들은 아타카마 사막(페루와 칠레의 접경) 남쪽의 땅을 '칠리(Chili)'라 불렀고, 그것은 스페인의 식민 시대에도, 오늘날에도 '칠레'란 이름으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칠리'의 확실한 뜻을 알 수 없으나 몇 가지 가설은 가능하다.
 
잉카의 후손, 케추아 족의 말로 '치레'는 '추운'이라는 뜻을 함유하고 있고 케추아 족의 지배를 받은 아이마라 족은 눈을 'chilli'라 불렀다. 즉, 잉카인들의 입장에서 칠레는 남쪽의 눈 덮인 추운 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8. 콜롬부스의 땅, 콜롬비아
정식명칭: 콜롬비아 공화국(República de Colombia)
 
콜롬비아란 국명에서 보이듯, 그 이름은 아메리카 대륙을 현대사와 연결 지은 크로스토포루스 콜롬부스에서 따왔다. 그러나 콜롬비아는 콜롬부스가 당도한 적도 없고, 콜롬부스는 남미 어디에도 상륙하지 않았다. 또한, 스페인 식민시절에도 그 누구도 이 땅을 콜롬비아라 부르지 않았다. 게다가 콜롬비아란 국명 역시, 베네수엘라 출신의 혁명가, 프란시스코 데 미란다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의 콜롬비아는 그 이름에 합당했다. 지금의 콜롬비아, 파나마, 베네수엘라, 에콰도르에 걸쳤던 누에바 그라나다 부왕령이 시몬 볼리바르에 의해 하나의 공화국으로 독립했기 때문이다.
 
볼리바르는 보고타(현 콜롬비아 수도)에 수도를 정하고, 이 공화국을 발판으로 미국과 브라질에 대항할 수 있도록, 구 스페인 식민지를 하나의 연방으로 묶을 거대한 꿈을 꾸었다. 그 이름에 '콜롬비아'만큼 제격인 국명은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볼리바르의 뜻에 동참하지 않았다. 신생독립국은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 출범 11년 만인 1830년,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가 탈퇴했고 1903년에는 파나마 역시, 미국의 간섭으로 콜롬비아에서 떨어져 나갔다. 
 
9. 바다의 원천, 파라과이
정식명칭: 파라과이 공화국(República del Paraguay)
 
비슷한 국명의 우루과이처럼, 파라과이도 과라니 어에서 국명이 유래하였다. 역시, 파라과이란 강 이름에서 비롯되는데, 과라니 어로 '이'가 강을 뜻하기 때문이다. '과'는 '~의'를 뜻하는 전치사이다.
 
파라과이란 과라니 어로 '많은 것들의 강'을 뜻하는 데, 의역하자면 바다가 시작되는 강을 의미한다. 비록, 파라과이가 내륙국이지만, 파라과이 강과 강의 수많은 지류에서 나오는 풍부한 수량은 하류에서 파라나 강, 우루과이 강과 합쳐져 라플라타 강이란 세계 최대 너비의 강을 형성하고 이는 곧바로 대서양으로 연결된다.
 
10. '비루'의 신화, 페루
정식명칭: 페루 공화국(República del Perú)
 
한낱 지방 우두머리이던 비루에 대한 스페인 정복자들의 의도치 않은 신화화가 지금의 페루를 낳았다.
 
스페인 군대가 산 미겔 만(지금의 파나마)에 당도한 1522년, 비루는 이 지방의 통치자였는데, 당시 이곳은 유럽인이 도달한 신대륙의 태평양 연안 중 가장 남쪽이었다. 그래서 1529년, 보다 남쪽으로 원정을 떠난 프란시스코 피사로도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고 나서, 비루에서 파생한 페루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후 비루가 통치하던 파나마 일대는 누에바 그라나다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식민정부가 들어섰고, 비루와 상관없던 잉카 제국 일대는 페루 부왕령이란 이름으로 스페인의 식민 통치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페루란 이름은 스페인 군대가 물러나고서도 이곳의 독립국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사진 ⓒ 남미축구협회 홈페이지]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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