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이 정도면 진짜 '엘린이' 아닙니까?"
올 시즌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LG 트윈스 문보경은 8일 잠실 NC전, 양 팀이 1-1로 맞서있던 8회 2사 3루에서 적시타를 치고 데뷔 첫 결승타를 기록했다. 경기 후 문보경은 "안타를 친 순간 '아, 이거 됐구나. 오늘 됐다' 이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다. 잠실야구장에서 야구 하는 것도 행복하고, 팬들 앞에서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그중에서도 김현수에게 '꽂혔던' 어린이였다. 당시의 어린 문보경은 김현수를 따라 자연스럽게 좌타자로 야구를 시작해 브라이스 하퍼의 타격폼을 따라 하며 자랐고, 이제 프로 유니폼을 입고 "우타자였으면 프로에 못 왔을 것"이라며 웃음 짓는 선수가 됐다.
'엘린이(LG 어린이팬)'였냐는 질문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문보경은 "처음에 야구를 접하게 된 것도 LG 경기였고, 처음 직관도 LG 경기였다"고 얘기했다. '당시에는 김현수가 두산 소속이었는데' 하고 묻자 "올림픽 때 현수 형을 본 거라, 현수 형 따로 팀 따로 팬이었다. 이 정도면 엘린이 아닌가"라며 나름의 해명을 했다. 취재진은 '잘 넘어갔다'며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문보경은 이어 "두산 팬이셨던 아버지가 인터넷 리틀야구 가입신청서에 '두산 베어스 최고의 유격수가 되는 그날까지' 이렇게 쓰셔서 팬들이 그걸 보고 두린이(두산 어린이팬) 아니냐고 했는데, 그건 아버지가 쓰신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물론 문보경의 아버지도 문보경의 LG 입단과 함께 LG 응원을 시작했다.
이제는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 그뿐 아니라 팬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선수다. 문보경은 "그래서 더 꿈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에서 야구 보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커서 입단한 다음에 결승타까지 쳤다는 게 진짜 아직도 꿈 같고 소름이 끼친다''고 털어놨다.
롤모델 김현수와도 팀 동료가 되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뛴다. 김현수를 처음 보고 "TV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니까 신기했다"는 문보경은 "현수 형이 처음에 1군이나 2군이나 똑같이 야구 하는 곳이니까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하라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긴장 안 하게 현수 형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아직은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문보경은 그 적은 기회 속에서도 기대감을 안기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문보경은 "선발로 못 나간다고 해서 아쉬움은 없고, 1군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대타든 선발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몫, 역할을 잘하다 보면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씩씩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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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