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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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민낯에 엄마 연기까지 모험이었죠"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1.06.10 09:29 / 기사수정 2021.06.10 09:4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민낯, 알코올중독자, 첫 엄마 연기까지...MBC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는 배우 이영진에게 여러모로 모험인 작품이었다.

이영진은 알코올에 의존하며 홀로 키우는 딸 소현(김환희 분)에게 무심한 엄마 유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어느 날 소현이 사라지고 나서야 뒤늦게 인생이 잘못됐음을 깨닫는 인물이었다. 이영진은 “내게는 거의 모험이지 않았을까. 시작할 때부터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소현의 비행에 원인을 제공하는 역할로서, 유미의 감정선을 미묘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제가 공감할만한 부분이 사실 거의 없었어요. 소현의 행동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소현이 갖는 엄마에 대한 마음에 감정적으로 더 공감했죠. 유미 캐릭터에는 공감을 잘 못 했어요. 이런 행동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내가 하는 건 다르니까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죠. 물론 잘해야겠지만 잘한다기보다는 해내야 한다는 게 목표였어요.”

엄마 유미는 소현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 남편이 죽고 난 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유미는 딸과 함께 세상을 떠나려고 했다. 이 일로 감옥에 가면서 소현은 2년간 보육원에서 자랐다. 이영진은 어린 딸과 세상에 단둘이 남겨진 엄마의 심경을 표현했다. 딸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죄책감과 절망에 힘들어하며 자신을 놓아버린 모습을 보여주며 극에 몰입하게 했다. 

“대본 자체가 흡인력이 있었어요. 대본이 워낙 탄탄하고 좋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작품이 재밌어 하고 싶은데 유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출연했다가 작품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되니 고민했던 것 같아요. 


섭외 당시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와 출연을 결정하고 대본을 받을 때의 유미는 달랐어요. 처음에는 유미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는 진한 모성애가 더 많이 담겨 있었어요. 속된 말로 사람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리 계기가 있어도 드라마처럼 바뀐다는 게, 연기하기에도 감정선이 확 달라지면 혼란스럽거든요. 사람들이 으레 기대하는 엄마, 모성애를 표현할 자신이 없었어요.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현실적으로 안 맞는 부분,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뀌었죠.”

마지막회에서 유미는 알코올 치료센터에 다니기 시작했다.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희망을 느끼게 하는 결말로 여운을 남겼다.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는 느낌은 있어요. 저를 떠나서 드라마를 재밌게 봤어요. 전개도 빠르고 내레이션이 대본상에 많아 자칫 잘못하면 지루할 수 있는데 속도감이 있었죠. 저여서가 아니라 드라마 자체로 재밌었어요. 제 연기에 100% 만족할 순 없지만 그래도 누를 끼친 정도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만족하고 있어요. 

이영진은 시종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했다. 어둡고 우울한 환경에서 사는 역할이어서지만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유미가 분장하면 어디까지 해야 할지 감이 안 왔어요. 카메라 때문에 베이스는 해야 할 텐데 화면에는 티가 나잖아요. 삶의 의지가 하나도 없는 유미가 베이스를 하는 것도 어색할 거 같아 고민했죠. 코로나19 때문에 화장하기 불편해 감독님과 미팅할 때 민얼굴로 만났어요. 마침 감독님이 미팅 때 보여준 민얼굴이 좋다 했고 저도 용기를 내보겠다, 민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적은 없는데 해보겠다 했죠.

오히려 다크서클을 그렸어요. 알코올에 취한 상태를 민얼굴로 표현하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재영(류수영)을 만나 돈을 받을 때는 적당히 취한 상태로, 하우스 도박할 때는 많이 취한 상태로 정도의 차이를 보여줘야 해 다크서클 진하게, 또는 연하게 그렸죠. 분장 시간이 1, 2분밖에 안 걸려 제가 제일 짧았어요.”

그의 선택은 옳았다. 용기를 낸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유미가 더 리얼하게 표현됐다.

“각오가 크게 필요하진 않았어요. 유미에게 맞다고 생각했고 이전에도 민얼굴로 연기한 배우들이 꽤 있어 혼자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했고요. 원래 중간에 모니터를 잘 안 봐요. 아무래도 사람이어서 연기를 봐야 하는데 얼굴이 먼저 보여서 연기할 때 방해가 되거든요. 스쳐 가듯이 봤는데 끔찍하더라고요. 하하.

제가 가진 것 중에 예쁨, 귀여움 사랑스러움도 있을 텐데 못생김이 아주 크게 부각된 몇 초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이렇게 못생겨도 되나 했죠. 유미가 호감 캐릭터가 아닌데 더 못생기면 꼴 보기 싫어지고 드라마에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했어요. 본방송에서는 없어져 다행이었어요.” (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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