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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비호감에서 국민 배우 되기까지…굴곡진 55년 연기 인생史 [전일야화]

기사입력 2021.04.30 07:00 / 기사수정 2021.04.30 02:01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그가 걸어온 배우 인생 55년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29일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다큐멘터리 윤여정'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전 세계 여우조연상 42관왕이라는 새 역사를 쓴 배우 윤여정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이날 강부자는 "윤여정이 '인터뷰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어'라고 하더라. 온통 네 얘기로 휩싸였다고 하니까 '언니 그거 식혜 위의 밥풀이야. 인기는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더라"며 인기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 윤여정의 쿨한 성격을 언급했다. 

영화 '계춘할망'을 함께 찍은 김고은은 "선생님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미나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두려움 없이 직진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를 함께한 한예리 역시 "아직도 너무 젊으시다. 처음 연기했을 때의  윤여정이라는 사람이 지금도 있구나 느꼈다.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을 잃지 않았구나 싶었다. 나도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고 윤여정을 언급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했다. 강부자는 "어렸을 때부터 퐁퐁 튀는 개그와 유머가 남달랐다"고 했고, 이순재는 "말을 시키면 말대답도 잘했다. 상당히 밝게 봤다. 내가 담배 심부름도 많이 시켰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60년대는 남정임, 문희, 윤정희 등 미녀들이 주인공이었던 시대였다. 이순재는 "미안하지만 윤여정은 (주인공) 쪽이 아니었다. 당시 TBC의 히로인이었던 안은숙의 하녀 역을 많이 해서 안타까웠는데 MBC로 과감하게 넘어가서 '장희빈'에서 저력을 분출했다"고 밝혔다. 

당시 '장희빈'에서 숙종 역을 맡아 윤여정과 호흡을 맞춘 박근형은 "너무 잘했다. 여자가 주인공인데 사악함, 사랑, 애절함 등이 다 들어있었다. 연기가 개혁적이라고 해야 하나. 대사법도 특이했다. 당시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고 회상했다. 이순재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던 장희빈을 연기한 윤여정의 창의력 높은 연기를 칭찬했다. 

1971년 영화 '화녀'로 정점에 올랐지만 1973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며 배우 생활을 접었다. 이후 윤여정이 돌아온 건 약 10년 뒤인 1985년이었다. 당시 윤여정의 나이는 서른아홉이었다. 

박근형은 "안타까움이 이로 말할 수 없이 속이 상했다. 탁한 음성이며 생활에 찌든 모습으로 재등장했다"고 했고, 김영옥은 "조그만 단역도 했다. 윤여정 입장에서는 큰 작품을 하다가 갔기 때문에 쉽게 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밥 벌어먹기 위해서 했다"고 말했다. 강부자는 "'언니 나 소녀 가장이야. 내가 벌어야 해'라고 늘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털어놨다. 

1971년 영화 '화녀'로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등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윤여정은 1973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며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약 10년 후인 1985년 이혼 후 두 아들과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그때 윤여정의 나이는 서른아홉이었다. 

당시는 이혼을 한 여자에게 녹록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시기였다. 게다가 복귀 후 출연했던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에서 윤여정은 대중들이 좋아하지 않는 직장 생활하는 여자, 독립성이 강한 여자 등의 역할을 주로 맡아 비호감 배우로 꼽혔다. 방송국에 '윤여정을 보기 싫다'는 시청자 전화가 올 정도였다. 

노희경 작가는 "어른들이 대부분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자식 결혼 반대하는 연기 등 자신의 이념하고 다른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런 연기를 하면 몸살을 앓고 우울해진다고 하더라. 그런 걸 느껴서인지 윤여정 선생님은 '환갑, 애들 다 키워놓고 들어갈 돈이 없을 때가 되면 정말 돈 생각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이해되는 역할, 공감되는 역할 해도 되지 않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윤여정은 '국민 어머니'라는 호칭이 아쉽지 않냐는 물음에는 "내 새끼 둘 먹여 살리고 교육시켜야 된다. 내 새끼 둘의 어머니 역할을 끔찍하게 했기 때문에 국민 어머니는 됐다"는 말을 했었다고. 

2003년 약 10년 만에 출연을 결심한 영화는 '바람난 가족'이었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격적인 역할. 영화의 제작자인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당시 공격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선생님은 '앞서 나가고 좋다. 재밌다. 까짓껏 해보자'라는 말을 하셨다. 새로운 시도나 어려운 역에 용기를 내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16년 '계춘할망'을 같이 했던 김고은은 "선배들도 부럽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한국은 나이가 중요한 나라이지 않나. 나이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데 주저하게 되는 것도 많고, 나이가 주는 압박이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무슨 상관이야' 하면서 헤쳐나가는 것 같다. 그 자체가 주는 영감이나 힘이 크다. 제가 더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더 시야를 넓혀주는 것 같다"며 이야기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길 원했던 윤여정은 '미나리'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한예리는 "선생님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는 한다고 했는데 비행기 안에서 '내가 잘 한 건가, 지금 나 뭐 하러 가는 거지' 겁이 났다. 그런데 선생님은 두려움 없이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나. 매니저 없이 딱 둘만 현장에 있을 때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정신 차려라'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말에 '나도 조금 더 용기를 내보자, 해보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자'는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떤 순간에도 도망가지 않아야겠다 생각한다. 쉽지 않은 길에서, 저보다도 예민한 시기에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오셨다. 연기를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다음을 생각하기 보다 지금에 집중하고 지금의 것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나도 선생님과 가까운 어떤 지점에 가 있지 않을까 막연한 꿈을 꾼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선후배 배우들은 윤여정에게 "수고했소, 축하합니다, 너무 좋다, 애썼다,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등 진심이 담긴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KBS 1TV 방송화면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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