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두 번째는 좀 더 여유가 있었어요".
정진호는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투수로 데뷔했다. 1-14로 끌려가던 9회초 먼저 내야수 강경학이 투수로 등판해 4점을 더 내줬고, 1-18로 승부가 기운 2사 1·2루에서 정진호가 이어 올라와 신성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투수 데뷔전을 마쳤다. 야무지게 투수 첫 등판 기념구도 챙긴 정진호는 "내 건 내가 챙겨야 하지 않겠나. 은퇴하고 나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하니 챙겨왔다"고 얘기했다.
또 이런 일이 싶을까 싶었지만 정진호는 17일 창원 NC전에서도 8회말 4-14, 2사 주자 3루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나성범에게 볼넷을 허용한 정진호는 김태군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8회말 투수였던 정진호는 9회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20일 경기 전까지 투수 정진호의 평균자책점은 0.00, 타자 정진호의 타율은 0.200이다.
대전에서 만난 정진호는 "첫 등판 때는 (강)경학이를 먼저 올리셔서 나는 안 던지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투구수가 많아지니까 교체가 됐다. 최대한 빠른 템포로 던져서 이닝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던지기만 했다. 두 번째 올라갔을 때는 좀 더 여유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자신이 두 번이나 마운드에 오르게 된 데 대해서는 "해 본 놈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지 않으셨을까"라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사실 타자가 투수로 나설 경우 타자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거나, 부상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 부분을 묻자 정진호는 "처음 들어봤다. 지금 내 밸런스가 워낙 안 좋아서 무너진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화 코치진 역시 야수가 투수로 나설 경우 절대 세게 던지지 말라고 먼저 얘기하는데, 정진호는 "경학이를 보면서 느꼈다. 뭐하러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서 던지나 싶었다. 나중에는 힘들어서 제구도 안 되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수로 등판한 게 고과에 반영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도 유쾌하게 답하는 정진호다. 그는 "잘 모르지만 없지 않아 있지 않을까. 항상 위기 때 올라가서 막아서 고과가 더 크지 않나, 그 부분을 잘 반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농담 반 진담 반, 정진호는 투수로서의 목표로 "두 자릿 수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내 "그러면 우리 팀이 안 좋을 때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진호는 "지금 이 인터뷰를 방망이를 잘 쳐서 해야하는데"라며 일주일 전 강경학과 마찬가지로 "다음에는 타자로 인터뷰 하겠다"라고 말하면서 인터뷰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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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