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4년 만의 규정 타석 진입이 가장 의미 있다고 이야기했다. 첫 두 자릿수 홈런, 팀 내 득점권 타율 1위 기록보다 "그동안 제일 이루고 싶던 것"이라고 했다.
작년 정훈은 111경기 타율 0.295 OPS 0.809, 11홈런 58타점 11도루를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에 버금갔다. OPS는 통산 규정 타석 소화 시즌 중 가장 높았고, 팀 내 득점권 타율(0.357, 1위) 조정득점생산(115.7, 2위) 또한 뛰어났다. 모두 그 전 3년 동안의 자신과 달라지려 했던 결과였다.
"변명하기 바빴던 것 같다. 준비도 잘 돼 있지 않았는데 그저 '나도 내 보내 주면 저만큼 할 수 있다'고 출전 시간만 바라 왔다. 성적은 늘 반복됐다. 그런데 현실을 받아들이니 변화가 생기더라. 또 변하려 했다."
"정신없는 한 해였다. 사실 '더 보여 주지 못하면 이제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했다.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절실히 야구했다. 그러다 보니 1년이 금방 흘러가더라."
특유의 어퍼 스윙과 수비 가치를 인정받는 해였다. 정훈은 타격 폼이 독특하다고 평가받아 왔다. 수비는 여러 위치를 오갔다 보니 정착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정훈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높게 샀다. 그 결과 정훈은 한 방 있는 1번 타자로서 343타석 섰고, 1루수 플래툰과 중견수로서 수비 공헌도를 높였다. 그는 "선수로서 인정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타격 폼이지 않나. 수비 위치는 애매했다. 처음에 감독님과 캠프 때 대화하다가 나를 야구 선수로서 존중하고 배려해 주시는 것 같았다. 사실 나이는 들어 가고 자리는 못 잡고 있던 때였다. 존중받는 기분이 드니 목표 의식이 더 뚜렷해지더라. 그 영향이 정말 컸다."
작년 7월 28일 사직 NC와 경기는 그래서 더 못 잊는다. 비가 와 1시간여 경기를 못 했다. 우천 재개 뒤 정훈은 9회 말 2사 1, 2루에서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쳤다. 첫 끝내기 홈런이다. 그는 "중단되고 감독님께서 먼저 농담을 꺼내시더라. 분위기가 처질까 그러셨던 것 같다. 나도 '앞에 주자 두 명만 나가 주면 치겠다'고 농담했는데 말처럼 됐다. (웃음) 감독님께서 나서 주시면 선수는 의지가 생긴다. 그때 동영상만 백 번 봤다"며 웃었다.
정신적 요소뿐만 아니었다. 정훈은 작년 1년 동안 루틴 유지를 주요 변화라고 꼽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시합 전 루틴을 정확히 확립할 수 있게 도와 주셨다. 그동안 훈련하고 쉬다가 시합하면 끝이었다. 정립이 됐다"며 "타격이 풀리지 않으면 바꾸고 싶겠지만 자꾸 바꾸면 1년 뒤 얻는 것이 없더라. 꾸준히 해 보면 좋든 나쁘든 깨닫는 것이 있다. 내게 작년은 실 없고 득만 있었다. 나만 아니라 올 시즌 팀 내 긍정적 변화가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정훈은 "이제 작년은 작년이다. 끝났다. 나는 지금부터 다시 경쟁해야 하는 선수다. 잘하는 선수가 뛰어야 맞다"며 "올 시즌 아프지 않고 1년 동안 꾸준히 야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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