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작가 허지웅이 양부모의 학대로 인해 세상을 떠난 16개월 정인 양을 추모했다.
허지웅은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국화꽃 이미지와 함께 일명 '정인이 사건'과 관련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글을 통해 여러 아동 학대 사건들을 언급하며 "매번 이웃과 기관과 학교가 먼저 알아채고 신고를 했으나 아이가 심각한 피해를 당하거나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라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가해자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실정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지웅은 "다행히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곧바로 분리가 이루어지도록 얼마 전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여전했고 우리는 또다른 죽음 앞에 섰습니다. 소름끼치도록 똑같았습니다. 이웃과 병원과 어린이집이 먼저 알아채고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허지웅은 "챌린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여러번 받았지만 사진까지 찍어두고 선뜻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거짓말처럼 반복되는 참상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어른이라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는 것조차 수치스럽고 면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허지웅은 "지금 이 시간 가장 필요한 건 추가 증언"이라며 "추가 증언이 있어야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아직 내가 본 것을 말하지 못한 이웃이 있다면 꼭 경찰에 연락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정인 양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무리 했다.
한편 지난 2일 SBS 시사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세상을 떠난 16개월 정인 양의 안타까운 사연을 조명했다. 방송 후 많은 이들이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를 통해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으며,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 제출도 계속되고 있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코로나19로 집밖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아이들과 보호자가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외면하고 싶었던 세상의 어둠이 드러나는 걸 목격했습니다.
아이를 여행가방에 가둔채 드라이기로 고문했던 계모. 엄마의 반복적인 방치 속에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화마를 만난 형제. 계부와 친모에 의해 쇠사슬에 묶이고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고문을 당한 아홉살 소녀.
매번 이웃과 기관과 학교가 먼저 알아채고 신고를 했으나 아이가 심각한 피해를 당하거나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프닝에서 이미 여러번 말씀드렸듯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가해자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실정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곧바로 분리가 이루어지도록 얼마 전 방침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여전했고 우리는 또다른 죽음 앞에 섰습니다. 소름끼치도록 똑같았습니다. 이웃과 병원과 어린이집이 먼저 알아채고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구하지 못했습니다.
챌린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여러번 받았지만 사진까지 찍어두고 선뜻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거짓말처럼 반복되는 참상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 어른이라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는 것조차 수치스럽고 면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고통받는 삶 이외에 다른 삶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사연에 수많은 이들이 아파하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가장 필요한 건 추가 증언입니다. 추가 증언이 있어야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아직 내가 본 것을 말하지 못한 이웃이 있다면 꼭 경찰에 연락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인이의 명복을 빕니다.
jinhyejo@xportsnews.com / 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