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오달수가 '미투 논란' 이후 약 3년 만의 복귀 소감과 함께 영화와 연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의 오달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천만 영화 '7번 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오달수는 자택 격리 중인 야당 총재 의식 역을 맡아 백수가장 좌천위기 도청팀장 대권 역의 정우, 카리스마 넘치는 안정부 김실장 역의 김희원 등과 호흡을 맞췄다.
이날 오달수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거제도에서 텃밭을 가꾸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는 비 오는 날이 되면 '큰일 났다. 물 못 주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단순하게 살았다"는 말로 인터뷰의 운을 뗐다.
최근 '이웃사촌'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거제도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는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오달수는 "거제도는 부산 집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내려가게 됐다. 또 '내가 뭘 하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몸을 움직이자고 생각했는데 거리에 나갈 수 없어 (거제도에 있는) 형님에게 가게 됐다. 형님이 형수님이 지어주는 밥 먹으면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함께 텃밭이나 가꾸자고 흔쾌히 맞아주셨다"며 거제도에게 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오달수는 2018년 초 '미투 운동'이 시작될 무렵 온라인상의 댓글을 통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오달수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은 결코 없다"고 입장문을 발표, 무죄를 주장했지만 "연애의 감정이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등의 모호한 표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사과문과 함께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2018년 2월 본의 아니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처음에는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정신을 못 차렸다. 기사에 나왔듯 술로 매일을 보냈고 병원 신세도 두어 번 졌다"며 "지난 3년 동안 주말이나 연휴에 제 영화가 종종 나와서 관객들에게 그렇게 낯설지 않았을 텐데 저는 사실 사람들 앞에 다시 나선다는 게 큰 용기가 필요했다. 상당히 무섭고 떨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성추행 혐의에 대한) 앞뒤 사정, 시시비비, 모든 걸 떠나서 저에게는 ('이웃사촌' 영화에 대한) 무한 책임이 있고 늘 마음에 빚을 갖고 있었다. (저 때문에 영화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감독님은 겉으로는 '형님 괜찮다'고 하지만 그들에게 어쨌든 피해를 준 건 저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또 저에 대한 지난 이야기들을 궁금해하실 것 같아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성추행 혐의는 지난해 초 경찰청이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하며 마무리됐다. 이후 오달수는 그해 8월 소속사를 찾고 독립영화 '요시찰'(감독 김성한)에 출연하며 복귀 시동을 걸었다.
오달수는 당시도 지금도, 피해자들이 '오달수의 사과문'을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회사를 통해서 사과문, 입장문을 두 번이나 냈다. 그때 생각과 지금 생각의 변함은 없다. 단지 서로의 입장이나 생각, 기억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때 드렸던 말씀에 변함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숨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아니다. 뉴스가 떠들썩할 때 보조출연자가 2,300명 등장하는 '이웃사촌' 마포대교 장면 등을 찍고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서울에 올라와보니 여론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게 바뀌어있었다. 그때서야 체감을 했다. 그전에는 중요한 장면들을 남기고 현장에 신경 쓰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여전히 억울하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저에 대한) 미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당연히 미움을 가지고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그분들에 대해 말을 하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부분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평생을 바친 영화 촬영장과 연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오달수는 "(쉬면서) 영화나 연기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제도에서 해가 지면 TV 밖에 볼 게 없다. 아무리 생각 없이 살기 위해 거제도에 왔다고 하더라도 다른 배우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니라 현장인데'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신검받을 때 2년 정도 치료를 요하는 게 있어 군대 면제를 받았다. 당시 출석 미달로 대학에서 제적까지 당하면서 극장에서 연기를 했다. 제게는 연기가 그렇다. 군대도 안 가고 학교도 그만두고 쉬지 않고 해왔는데 (못하게 된다면) 더 하고 싶지 않을까. 처음 정리를 했다면 미련이 없겠지만 이제는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의 불편한 시선도 언급했다. 오달수는 "당장 관객들의 따뜻한 반응을 기대한다면 너무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다른 작품을 하고 차근차근 소통하고 싶다. 그렇게 된다는 장담은 못 하지만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이 (내 복귀에) 충분히 부담을 느끼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천만요정' 이라는) 희한하고 아름다운 별칭까지 지어주셨는데 얼마나 실망이 클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좋은 작품이니 (제 논란을 떠나) 작품은 작품으로 대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웃사촌'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