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1.08 09:13 / 기사수정 2010.11.08 09:15
[엑스포츠뉴스=태릉 국제빙상장 이철원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 이규혁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아쉬움을 넘어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 29일 태릉 국제빙상장에서 열린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500m 선발전에서 이규혁은 아쉽게 선발권을 놓쳤다.
하지만 '절치부심(切齒腐心)'. 다음날 열린 1,500m 선발전에서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인 후배 모태범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동계아시안게임 1,500m와 3,200m 팀추월 출전권을 확보했다.
월드컵 시리즈를 위한 출국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태릉 국제빙상장 남자대표팀 락커룸에서 이규혁을 만났다.
-우선 아시안게임 1,500m 3연패에 도전하게 됐는데 소감이?
카자흐스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내 주종목인 1,000m가 없어져서 아쉽다.
1,500m는 강한 체력이 필요한 종목이다. 그렇기에 내가 1,500m에서 우승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4년 전에도 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4등으로 간신히 턱걸이했다. 그래도 시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500m 2연패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경험'이다.
후배들보다 나이가 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체력은 떨어지지만, 나에겐 큰 무대에서의 긴장감이 없다. 실전을 연습처럼 할 수 있는 것이다.
큰 무대에서는 경험이 승부를 가르기 때문에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500m 2차 시기를 앞두고 스케이트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것이 500m 선발전에 영향을 미쳤나?
솔직히 말하겠다. 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을 쉽게 생각했다.
선발전 정도는 쉽게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과감하게 스케이트에 변화도 줬는데 잘 안 맞아서 고생했다.
그래서 500m 선발전을 끝내고 다시 원래 신던 것으로 바꿨다. 선발전을 무시하면 안되는데...쉽게 생각했다.
-지난달 열린 시합에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m 은메달 리스트인 후배 모태범(1분9초95)에 이어 2위(1분10초54)를 차지했다.
작년 국내 최고기록인 1분9초95(랭킹1위)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15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주저 없이)선수생활 내내, 계속해서 올림픽 준비하면 그렇게 된다(웃음).
그리고 한국에는 잘타는 후배들이 많다. 계속 뛰어난 후배들이 나오다 보니 자극이 됐다.
후배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00m에서 1분50초74로 2위를 차지하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국내외 모든 시합에서 1500m를 한 번도 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1,500m를 탄 것은 아시안게임 1500m 3연패를 위한 것이었나?
지난해에는...아! 연습시합을 한번 타긴 했다. 그러고 보니 1,500m 실전 시합은 오랜만이다.
주종목인 1,000m가 다음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1,500m 선발전을 뛰게 됐다.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 외에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카자흐스탄에서 시합을 뛰어본 거의 유일한 선수다. 시합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카자흐스탄에서 시합을 뛴 게 아마 1995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알마티였고, 이번에는 아스타나다. 빙상장이 다르기 때문에 별생각은 없다.
▲ 제갈성렬 춘천시청 감독(좌)과 이규혁(우)
-이번 시즌에는 동계아시안게임 1,500m 3연패, 세계스프린트선수권 2연패와 4회 우승(2007,2008,2010)이 걸려있다.
어떤 시합이 가장 욕심이 나는지?
이번 시즌, 나의 모든 초점은 세계스프린트선수권을 향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세계스프린트선수권은 올림픽 다음으로 큰 시합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나에게 동계아시안게임 3연패는 큰 의미가 없다. 아시안게임에서는 후배들이 금메달을 휩쓸었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너무 잘한다. 후배들의 성장이 무서워 내 컨디션과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늘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실 이 질문을 꺼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본인에게 올림픽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물어봐도 실례가 되지 않겠나?
뭐...어려운 질문도 아닌데 고민을 하나.
이미 인터뷰를 통해 몇 번 말했지만 나에게 올림픽은 '풀리지 않는 숙제'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풀리지 않는 숙제'의 답을 끝까지 찾아볼 의향이 있나?
다음 올림픽이라...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거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 시즌인가? 마지막이라면 은퇴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는 아직 생각안한다. 앞서 말했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은퇴 뒤 일에 관해서는 생각은 많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우선 대학원 과정을 마쳐야겠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스케이트만 탔다. 영원히 빙상계에 남아있을 것이다.
-대표팀의 최고참이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로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가 대표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될거다(웃음).
후배들은 이미 나보다 체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외적인 것에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잔소리만 늘어간다(웃음).
사실 내가 후배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후배 간의 기록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피드스케이트는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같은 위치에 있다.
후배들과 나는 '공존(共存)'을 하는 것이지 내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이규혁이 은퇴할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지난달 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이 열렸을 때 기자실에서도 이규혁의 선수생활 연장이 화두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은 아직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했었다.
무엇이 이규혁을 다시 달리게 했는지?
원래 올림픽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낸 뒤 동계아시안게임까지 후배들을 이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어긋났다.
올림픽이 끝난 후 정말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표했던 곳까지 가야한다'.
아직까지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는게 익숙해지면 은퇴하겠다(웃음).
이규혁은 달린다
올림픽을 앞둔 지난 시즌, 국내에서 열린 시합을 촬영한 뒤 사진을 보니 이규혁은 이를 악물고 시합을 타고 있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방심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쉬운 올림픽이 끝나고 은퇴설에 휩싸였던 이규혁은 2010년 11월 5일, 여전히 이를 악물고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선두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었다.
-김경주 기자 "이규혁에게 스피드스케이트란?"
간단히 말하겠다. 애증(愛憎)이다.
-이준학 인턴기자 "운동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자유시간이 제한적이라 뭔가를 딱히 할 시간은 없다.
(고민끝에) 인터뷰에 쓰기에는 독서와 영화감상이 제일 무난하지 않나?
-이나래 기자 "결혼 언제 하실 건가요?"
3~4년후에 운명적인여자를 만나면 하지 않을까?
-이철원 기자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이나 아이돌 있으세요? 있으시면 한 말씀 해주세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
[사진 (c) 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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