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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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톡] 유베와 AC 밀란의 일전이 남긴 명암

기사입력 2010.11.01 15:04 / 기사수정 2010.11.01 15:04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원정길에 오른 유벤투스가 접전 끝에 난적 AC 밀란에 2-1로 승리했다.

유벤투스는 31일 새벽(한국시각)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파비오 콸리아렐라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한 골을 만회한 AC 밀란에 2-1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유벤투스는 승점 15점(4승3무2패)으로 선두권 진입에 도화선을 그렸다. 반면 밀란은 승점 17점(5승2무2패)으로 전날 제노아에 승리한 인테르에 밀려 리그 3위로 떨어졌다.

애초 이날 경기는 밀란의 우세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유벤투스가 팀의 핵심 멤버인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밀로스 크라시치가 각각 부상과 징계로 결장하는 바람에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대조적으로 밀란은 전력에 큰 차질 없이 경기에 임했다. 물론, 티아구 시우바의 공백은 컸지만, 이번 시즌 밀란은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달랐다. 유벤투스가 팀의 핵심 선수를 잃었음에도, 이들을 대신해 나온 선수들이 고군분투하며 뜻밖에 승리를 챙겼지만, 밀란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세밀함에서 확연히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며 패했다.


- 의외의 승리로 자신감 회복한 유벤투스, 상위권 진입을 노리다

이번 경기에서 유벤투스의 루이지 델 네리 감독은 파비오 콸리아렐라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호르헤 마르티네스, 펠리피 멜루, 알베르토 아퀼라니,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를 중원에 배치했다. 한편, 포백에는 마르코 모타, 레오나르도 보누치, 레그로탈리에, 파울로 데 첼리에가 나왔다.

유벤투스는 경기 초반 AC 밀란의 기세에 밀려 고전했지만, 아퀼라니와 멜루로 이어지는 탄탄한 중앙 미드필더가 중원을 장악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번 경기 최우수 선수로 꼽힌 멜루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자신의 몸을 던지는 육탄방어로 밀란의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다. 그의 파트너 아퀼라니 역시 정확한 패스를 통해 경기를 조율했고, 적절한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중원 싸움에 우위를 점하도록 이바지했다.



교체 투입된 모하메드 시소코 역시 델 피에로의 결승골을 도우며 팀 승리를 이끌었으며 빼어난 활동량을 토대로 밀란의 미드필더들을 압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수 전원이 톱니바퀴처럼 원활한 호흡을 과시하며 하나의 팀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측면에 배치된 미드필더들과 풀백은 시종일관 활발하게 움직이며 밀란의 공격 시도를 저지했다. 이는 특정 팀 보다는 개인에 의존했던 밀란과 사뭇 대조된다.

한편, 유벤투스의 취약 포지션으로 통했던 왼쪽 풀백의 데 첼리에는 이날 부상으로 교체됐지만, 준수한 수비력과 빠른 주력 그리고 정확한 크로스를 통해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눈에 띄는 외모 덕에 실력보다는 그의 얼굴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이번 시즌 일취월장하며 아주리 군단과 유벤투스를 빛낼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패한 AC 밀란, 특정 선수 의존도 줄여야

이날 밀란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알레산드레 파투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최전방 투톱으로 배치하면서 호비뉴에게 이들을 뒷받침하도록 지시했다. 중원에는 케빈 프린스 보아텡, 젠나로 가투소, 안드레아 피를로를 출전시켰으며 포백에는 다니엘레 보네라,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알레산드로 네스타, 루카 안토니니가 나왔다.

티아구 시우바와 지안루이카 잠브로타 그리고 호나우지뉴의 공백은 아쉬웠지만, 이번 시즌 밀란의 스쿼드가 유벤투스와 비교해 두터운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알레그리 감독은 안일한 선수 기용으로 원성을 낳고 있다.

우선, 수비진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에서 알레그리는 네스타의 파트너로 소크라티스를 내보냈다. 지난 몇 차례의 경기에서 소크라티스는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소크라티스 영입 자체가 풀백을 좀 더 강화하고 했다는 점은 알레그리의 안목에 대한 팬들의 원성을 낳았다. 현재 밀란은 남미 최고의 센터백 중 하나인 마리오 예페스와 미국 대표팀의 중심 수비수 오구치 온예우를 보유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밀란 외의 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에 기회 한 번 없이 스쿼드에서 배제되는 것은 미스터리다.

이는 수비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드필더 구성과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모습까지 현재 밀란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욱 돋보인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시절부터 알레그리까지 밀란은 피를로의 발끝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포백의 위에 배치된 피를로는 정확한 킥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조율하며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력이 빠르거나 화려한 개인기는 없지만, 상대의 압박을 적절히 공략하며 정확한 키핑력을 통해 밀란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피를로의 존재는 분명히 큰 힘이 됐다. 나아가 피를로의 존재 자체가 축구 전술의 미친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이 선수가 잘 풀리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로 밀란이 패하거나 열세를 보인 경기의 공통점은 피를로의 고립이다.

뒤에서 앞으로 공을 배급하는 선수가 없으니 공격이 막히고 선장을 잃은 배인 마냥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이번 유벤투스전에도 지속했다. 멜루와 아퀼라니에 의해 고립된 피를로는 공을 제대로 배급하지 못했으며 자신에게 맡은 소임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밀란은 공격 전개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고, 주어진 기회마저 살리지 못했다.

피를로 이 외에도 이번 시즌 밀란은 즐라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즐라탄은 피를로와 달리 매 경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밀란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축구는 11명의 선수로 구성된 팀 스포츠다. 한 명의 선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개인 종목이 아니다.

한편, 이번 경기 결과는 유벤투스와 AC 밀란의 두 신임 사령탑인 델 네리와 알레그리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4-4-2 포메이션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델 네리는 비교적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음에도, 팀워크를 극대화하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긍정적으로 변하게 했다. 반면 화끈한 공격 축구로 기대를 모았던 알레그리는 지지부진한 공격력과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현재 2010/11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는 1/4만 소화한 상황이다. 아직 3/4이라는 많은 일정을 남긴 만큼 양 팀의 사령탑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추슬러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사진= 유벤투스, AC 밀란 (C) UEFA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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